편안한 노후 꿈꾸던 60대 부부의 사연

동탄2신도시 부영 시공한 아파트
난방파이프 파손돼 아랫집 피해
보수에만 한 달 걸려 난민생활
“정신적 스트레스에 잠도 못 자”
서모씨 부부가 지난달 입주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한 신축 아파트 주방 천장에서 지난 12일 누수가 발생, 벽지 등이 뜯겨져 있다.

경기 군포시에 살던 서모(65)씨는 2015년 7월쯤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전용면적 60.38㎡짜리 아파트 한 채를 2억8,000만원에 분양 받았다. 분양가가 비싸다는 지인들의 조언이 있었지만, 비용이 들더라도 노부부의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고, 지난 달 8일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그의 소박한 꿈은 입주한지 한달 여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지난 12일 새벽 윗집에서 물 폭탄이 쏟아진 것이다. 거실과 주방, 안방 천장에서 물이 새는 소리에 놀라 깬 아내(62)는 시공사인 부영건설 에이에스(A/S)팀에 항의한 뒤 가재도구도 챙기지 못하고 도망치듯 뛰쳐나와야 했다.

부영은 뒤늦게 윗집 안방 난방파이프가 파손된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물 폭탄 첫날밤 부영이 주선한 모텔에서 뜬 눈으로 보낸 아내 등 가족은 현재 부영 소유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에서 보름 넘게 임시 거주 중이다. 부영이 윗집 안방의 가구 등을 들어낸 뒤 난방공사를 다시 하고, 원인을 찾기 위해 뜯어낸 서씨 집 천장 등을 보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씨 집의 물먹은 벽지와 바닥 등이 말끔히 수리되려면 다음달에야 재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한다. 서씨는 “위층에 세든 젊은 부부도 황당했을 것”이라며 “난민 생활이 따로 없다. ‘해외토픽감’ 아니냐”고 혀를 내둘렀다.

서모씨 부부가 지난달 입주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한 신축 아파트 거실에서 지난 12일 누수가 발생, 바닥에 물받이용 플라스틱 양동이가 놓여있다.
하자 신청 비슷한 단지의 2, 3배
건설사 뒤늦게 피해 보상 검토

서씨 가족은 이렇게 하루하루가 고통이지만, 부영은 하자보수와 임시 거주지를 마련해 준 것 말고는 별도의 보상에 대해 미온적이라고 한다. 서씨는 “거실 카펫과 옷 등이 젖고 주거지를 옮겨 다니는 사이 식비와 교통비는 둘째 치고라도, 정신적 스트레스에 잠이 안 온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처음에는 본사에 규정이 없다 발뺌하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영은 뒤늦게 서씨의 피해에 대해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 관계자는 “할말이 없다”고 취재를 거부했다.

이 아파트(1,316세대)에 입주했다가 하자로 고통 받는 주민은 서씨뿐 아니다.(본보 16일자 14면)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주민이 접수한 하자만 무려 6만8,709건에 이른다. 비슷한 규모의 단지에서 평균적으로 접수되는 건수는 2만, 3만여 건 가량인 데 비해 유독 이 아파트의 하자건수가 많은 건 짧은 공기가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도 관계자는 “1,000세대 넘는 단지는 평균 29,30개월을 공사기간으로 잡지만, 이 단지는 공사비를 아끼려는 의도였는지 24.5개월 만에 끝냈다”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물이 샌 서씨 부부 아파트 거실 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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