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수개월 진상조사 불구 감찰 안 해 논란

시행업자와 중개업체 없이 직거래
고급아파트 2년간 헐값 거주
검찰 고위 간부가 시행업자와의 사적으로 ‘헐값 계약’을 맺은 서울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손현성 기자

현직 검찰 고위 간부가 부동산 중개업체를 끼지 않고 아파트 시행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어 서울 시내 한복판 고급아파트에 시세의 절반에 불과한 헐값으로 2년 가량 거주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수개월에 걸쳐 진상 파악을 했지만 감찰에는 착수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고위 검찰 간부인 A검사는 2015년 6월 서울 용산구 역세권의 Y주상복합아파트 58평형(전용면적 142㎡)에 가족과 함께 입주했다. 문제는 A검사 가족이 이 아파트 시행업체의 실질적 대표 K(64)씨와 직거래를 해 시세보다 훨씬 싼 값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A검사 가족은 5,000만원을 K씨 계좌로 입금하고 2년간 거주하기로 했다. 보증금(5,000만원)에서 매달 200만원씩 제하면서 25개월을 사는 일명 ‘깔세’ 계약 형태였다. 그러나 당시 이 아파트 반(半)전세 시세는 보증금 1억원에 월 360만~380만원, 월세는 400만~500만원, 전세는 9억원 안팎이어서 ‘특혜 입주’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계약 과정도 석연치 않다. 아파트 시공사의 부도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생긴 손실 등의 문제로 당시 Y아파트에는 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상환을 받으려는 농협 등 금융기관 채권단(대주단)이 꾸려져 있었다. 전세 등 모든 계약은 분양 업무를 위탁 받은 신탁회사나 대주단의 계약 허락을 맡아야 하지만 K씨가 이들 몰래 A검사와 임의 계약을 맺은 것이다.

대검 감찰본부는 등록재산 심사과정에 간부급인 A검사의 헐값 입주를 인지하고 특혜 여부를 가리기 위해 A검사의 소명을 듣는 것은 물론 시행업자 K씨를 세 번 이상 소환, 두 사람의 관계와 거래 경위 등을 캐물었지만, 감찰 착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혜 입주 의혹과 관련해 시행업자인 K씨는 “2년 전쯤 ‘전세 대란’ 때 A 검사의 장인과 A검사 부인을 신사동에서 만났는데, ‘전세 살 집 좀 구할 수 없나. 2년이면 된다’는 부인의 얘기에 ‘미분양으로 남은 58평형에 가서 살라’고 했다”면서 “당시 시세는 따져보지 않았고, 급전이 필요해 A검사 가족에게 5,000만원을 받고 사후에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1995년부터 건설 시행업을 해온 K씨는 A검사의 장인 안모씨와 30년 이상 지인 사이이며, A검사와도 10년 이상 알고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검사는 한국일보에 “단지 K씨가 제시하는 가격에 입주했을 뿐”이라며 “입주 뒤 K씨가 원할 때는 나가야 된다는, 세입자에게 불리한 특약도 있어 특혜로 오해 받을 일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이날 “지난해 발표한 ‘내부청렴강화 방안’에 따라 특정 기수 전원에 대해 등록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심사를 한 사실은 있다”며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간부급 검사가 시행업자와의 친분으로 헐값에 입주하면서 문제의 소지를 살피지 않은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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