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 기자의 TV 다시보기]

25일 첫 방송된 JTBC ‘효리네 민박’의 한 장면. JTBC 방송 화면 캡처

겉보기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화려한 상차림이다. 입 안에 군침이 돌며 시장기가 감돈다. 자, 이제 식사하러 앉아 볼까.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멀리서 볼 때는 먹음직스럽던 상차림을 가까이서 보니 어제 먹던 반찬이 그대로 올라와 있다.

지난 25일 첫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은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톱스타 이효리(38)의 사생활을 공개하기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첫 방송이 5.7%(TNMS 유료플랫폼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경쟁 시간대 방영된 tvN 인기드라마 ‘비밀의 숲’(3.9%)까지 누르며 지상파를 제외한 방송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효리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이효리는 2013년 9월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결혼한 이후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간혹 관광객들이 자신의 집을 찾아와 벨을 누를 때면 “우리 집은 관광코스가 아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제주도 집은 간간이 이효리의 SNS 속 사진이나 MBC ‘무한도전’ 등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엿볼 수 있는, 허락되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효리네 민박’은 시청자들의 관음증을 자극하며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방송 전 예고편부터 그 기대는 반감됐다.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자연경관, 잘 지어진 2층집의 주인과 동물들, 음식을 차리고 먹는 모습, 민박집 직원(아이유)과 맞닥뜨리는 장면 등이 너무도 익숙했다. 구체적으로 따져 보면, TV 화면 속 ‘효리네 민박’ 로고를 꾸미는 그림이나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말하는 내용을 적은 자막과 글씨체, 두 사람이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자막, 음료 광고 삽입 형태까지. 화면 구도나 카메라 각도도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게 없었다.

방송가에서는 “생활형 리얼 예능은 나영석 PD가 다 해 먹었다”는 말이 나돈다.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신서유기’ ‘신혼일기’ 등 입고 먹고 사는 이야기에 방점을 찍은 그의 ‘의식주 예능’에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없다는 의미다. 자기복제의 늪에 빠질 위험에 놓인 나 PD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가 KBS에서 CJ E&M으로 옮겨 새로운 리얼 예능의 영역을 개척한 건 엄연한 사실이다. 어느새 각 방송사 예능국은 나 PD의 연출과 편집법을 교과서처럼 따라간다. 오죽하면 ‘효리네 민박’을 두고 “나 PD가 이번에는 이효리와 예능프로그램을 찍었나”하는 반응도 있다.

‘효리네 민박’이 명확한 주제라도 드러냈다면 시청자의 호기심이 이어졌을 거다. 젊은 부부가 유유자적하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삶(‘신혼일기’), 평범한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스타들의 일상(‘윤식당’), 자급자족하며 매끼 음식을 차려먹는 모습(‘삼시세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효리네 민박’은 이 모든 걸 한꺼번에 차려 놓기만 했다. 차라리 주제를 한정했으면 어떠했을까. ‘이효리와 요가하기’나 ‘이효리와 농사짓기’ 식으로. 한가지에 집중했다면 좀더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예상치 못한 스토리가 펼쳐졌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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