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은 6,000여 자에 불과하지만 정교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으로 유명하다. 그 첫머리에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한 일이다. 죽음과 삶의 문제이며, 존립과 패망의 길(兵者國之大事, 死生之地存亡之道)”(‘계(計)’편)이라고 했다. 전쟁은 단순히 국가와 국가, 군주와 군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망한 나라는 다시 존재할 수 없다(亡國不可以復存)”(‘화공(火攻)‘편)는 심각성을 인지한 결과다.

그렇다면 손자가 말하는 용병의 원칙은 무엇일까? “전쟁이란 속이는 도(道)이다. 따라서 능력이 있는데 적에게는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대를) 쓰되 적에게는 (군대를)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가까운 곳을 노리면서 적에게는 먼 곳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먼 곳을 노리면서 적에게는 가까운 곳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롭게 하면서 적을 꾀어내고 (내부를) 어지럽게 하여 적을 습격한다. (적이) 충실하면 적을 방비하고, (적이) 강하면 적을 피하고, (적이) 분노하면 그들을 소란스럽게 하고, (적이) 낮추려 들면 적을 교만에 빠지게 하고, (적이) 편안해하면 그들을 수고롭게 만들고, (적이) 친하게 지내면 그들을 이간질하라. 그들이 방비하지 않은 곳을 공격하고,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출격하라.(兵者 詭道也 故能而示之不能 用而示之不用 近而示之遠 遠而示之近 遠而示之近 利而誘之 亂而取之 實而備之 强而避之 怒而撓之 卑而驕之 佚而勞之 親而離之 攻其無備 出其不意)”(‘계’).

‘궤도(詭道)’라는 의미는 적에게 자신을 위장하고 어떻게 해서든 속이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진(晉)나라 문공(文公)이 초(楚) 나라와 전쟁을 하려고 구범(舅犯)을 불러 초나라에 비해 병력이 적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묻자 구범의 답은 명쾌했다. “신이 듣건대 예의를 번잡하게 따지는 군자는 충성과 믿음을 싫어하지 않지만, 전쟁에서는 진을 구축하는 사이에 속임과 거짓을 마다하지 않으니 군주께서는 그 속임수를 부리면 될 뿐입니다”(<한비자> ‘난일(難一’).

전쟁에서는 굳이 군자가 되지 말고 원칙을 고집하지도 말고 그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승리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제인다사(齊人多詐)란 말에서 보듯, 제나라는 해안을 끼고 있어 상업과 유통업이 발달해 사람들도 상대를 속이는 습성이 많이 몸에 배어 있었다.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용병술도 상대를 안심시키고 나서 뒤통수를 치는 방식의 하나다. 상대가 생각하지도 못한 지점을 공격하여 그 승리를 낚아채는 것이 용병의 기본이라는 손자의 논지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무궁무진한 변칙 전술이야말로 국가의 존립을 위한 전쟁의 필요악이라는 의미다.

손자는 이렇게 말한다. “용병의 원칙은 적이 공격해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 않고 아군이 대적할 방책을 믿으며, 적이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지 않고 적이 나를 공격할 수 없게 하는 것을 믿는 것이다(用兵之法 無恃其不來 恃吾有以待也 無恃其不攻 恃吾有所不可攻也)”(‘구변’편).

적이 아군의 희망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므로 막연하게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장수든 이런 임기응변의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장수라면 냉정함과 자제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면서 장수의 허물과 용병의 재앙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경우라고 잘라 말했다.“ (장수가 용맹이 지나쳐) 반드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면) 죽을 수 있고, 반드시 살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사로잡히게 되며, 분을 이기지 못해 성급하게 행동하면 모욕을 당할 수 있고, 성품이 지나치게 깨끗하면 치욕을 당할 수 있으며, 백성들을 지나치게 사랑하면 번민을 하게 된다(必死可殺也 必生可虜也 忿速可侮也 廉潔可辱也 愛民可煩也)”. ‘필사(必死)’와 ‘필생(必生)’이 능사가 아니고 오히려 변통(變通)의 지혜를 발휘하여 온전한 승리를 낚아채야지 감정에 휩쓸리지 말라는 경고이다.

손자는 ‘구지(九地)’편에서도 지형을 활용할 필요성과 심리를 이용한 전술 수립을 강조하였는데, 승리를 위해서는 적의 의도를 간파하여 천리 밖의 장수도 죽일 수 있는 ‘교능성사(巧能成事)’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적의 의도에 방향을 맞추는 듯하면서 처음에는 처녀처럼 수줍게 조용히 행동하다가 적이 빈틈을 보이면 토끼처럼 재빠르게 적을 공격하는 기만술과 속도전을 발휘하라는 논지다. 바로 이런 목표달성을 위해 상산(常山)의 뱀인 솔연(率然)처럼 “그 머리를 치면 꼬리가 달려들고, 그 꼬리를 치면 머리가 달려들며, 그 허리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달려드는(擊其首則尾至 擊其尾則首至 擊其中則首尾俱至)”(‘구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손자는 강조했다. 손자가 중국을 읽는 첫 번째 코드인 <손자병법>에서 밝히는 용병의 전략은 오늘 이 시점에도 여전히 그 효용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김원중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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