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만기에 쫓겨 재판 속도 의지
“세기의 재판 공방 충분히” 지적도

‘국정농단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의 핀잔이 늘고 있다. 예정보다 증인신문이 길어지거나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반복해 물어보는 검찰과 변호인단이 대상이다. 재판 속도를 내려는 의지로 보이지만, 방대한 수사자료와 증언을 두고 최선의 공격, 방어전을 펼쳐야 하는 ‘세기의 재판’임을 감안하면 양측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한 예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다. 재판부는 박영수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 양측이 보여준 ‘비효율적인 신문 방식’을 엄중히 경고했다. 당일 증인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본부장 한 명이었는데도 재판은 1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지금 줄거리를 확인하는 단계가 아니지 않느냐”며 특검 신문을 탓했다. 사건 발생시간 순서대로 질문을 하며 신문이 늘어지고, 핵심만 짚지 않는 점을 탓한 것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을 향해서는 “합병비율 적정성 이야기는 오늘까지만 하라. 이 사건 쟁점과 관련이 없다”며 몰아세웠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재판도 사정은 마찬가지. 23일 특검은 증인으로 나온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문화예술분야 지원사업 현황’이 담긴 문서를 아는지 반복해 질문을 던지며 말싸움으로까지 치달았다. 이를 듣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특검에게 “제시하고 있는 증거에 대한 답을 일일이 요구하지 말라”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것을 요구했다.

국정농단 사건 담당 재판부가 이처럼 재판 진행을 서두르려는 이유는 피고인 구속만기 와 관련이 있다. 김 전 실장 구속만기는 8월 7일로 40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경우(8월27일)도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등 특검 신청 증인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 뒤 진행하는 변호인 측 증인신문과 피고인 신문은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처럼 촉박한 일정에 쫓기자 재판부는 검찰ㆍ특검과 변호인 측 증인신문을 최대한 간결하게 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쟁점 다툼이 치열한 데 굳이 구속만기에 얽매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판사들이 관행적으로 구속만기 전에 재판을 끝내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들어가며 재판을 진행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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