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브라운 ‘테트리스’

1980~90년대 세계를 강타한 테트리스 게임 초기 화면

남자는 역시 허벅지! 무곡 칼린카에 맞춰 앉았다 일어섰다 뛰었다를 반복하는 러시아 무용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난다. 이번 판을 깼으니 함께 춤이라도 추고 싶다. 방에 누우니 칼린카 음악이 귓가를 울리면서 천장에서 4개의 정사각형으로 이뤄진 블록이 흘러내리고 이걸 빨리 회전시켜서 어디 끼워 넣어야 할 지 고민된다. 1980~90년대 세계를, 그리고 우리나라를 휩쓴 게임 ‘테트리스’ 얘기다.

미국 만화가 박스 브라운이 쓰고 그린 ‘테트리스’(한스미디어)는 이 단순한 게임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게임 개발자는 알려졌듯, 모스크바과학아카데미 컴퓨터센터의 연구자였던 알렉세이 파지노프. 출발점은 ‘판토미노’라는 퍼즐 맞추기 게임이었다. 이 퍼즐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떨어지는 동안에 회전시켜서 아랫줄에서 맞춰나간다면? 그래서 딱 맞아떨어졌을 때 그 한 줄이 사라진다면? 과제 해결에 집중하고 해결하는 순간 그 한 줄이 사라지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인간 두뇌에서 고차원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엽을 아주 효과적으로 자극하지 않을까.

정사각형 4개로 하나의 블록을 이뤘다는 의미로 처음에 ‘테트라미노’라 했다가, 그 다음엔 ‘테니스’를 합쳐 ‘테트리스’라 이름 지었다. ‘쟤가 대체 뭐하나’ 걱정하던 동료들은 이내 테트리스에 빠졌고, 이웃한 모스크바 심리학연구소 연구원들에게 번졌고, 옛 소련을 넘어 헝가리를 통해 영국에도 알려졌다. 1986년 마침내 미국에도 진출했다. 그 때는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정상회담을 할 때라 더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테트리스가 사실은 소련 정보기관 KGB의 음모라는 낭설이 나돌았으니.

책의 포인트는 게임과 인간본성이다. 그냥 재미로 할 뿐인 게임은, 우리 뇌를 훈련시킨다.고대 유물엔 양과 염소의 뼈를 깎아 만든 주사위 같은 게 나온다. 고대 이집트에도 일종의 보드게임인 ‘세네트’가 있었다. 테트리스를 만든 파지노프 또한 이 생각에 동의했다. 게임은 막연한 도피가 아니라 생각의 패턴을 반영하고 생각을 은유한다. “게임은 인간과 기술이 융합되는 지점”이다. 파지노프의 친구이자 사업파트너인 행크 로저스는 이렇게 말한다. “100년 전 사람들은 육체 노동하는 삶에 대비해 운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거의 대부분 가상세계에서 일을 하지요. 게임은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준비시켜 줍니다.”

게임쟁이들의 통찰력은 때론 놀랍다. “머지 않아 사람들은 신문을 읽지 않을 겁니다. 주머니에 전자 게임기를 가지고 다닐 테니까요.” 이 말이 나온 게 이미 1970년대다. 언뜻 스마트폰을 예언한 것처럼 들리는 이 말은, 스티브 잡스의 것이 아니라 일본 닌텐도의 게임개발자 요코이 군페이(1941~1997)의 발언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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