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 기자의 TV 다시보기]

올리브TV ‘섬총사’는 ‘삼시세끼’를 연상시킨다. CJ E&M 제공

‘막장’ 드라마에만 자기복제가 있는 건 아니다. 예능프로그램도 복제가 주류가 된지 오래다. 그나마 다양한 변주가 곁들여진 복제라면 발전 가능성이라도 있다. 신선함을 갖추지 않은 복제품은 언제든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를 나와 CJ E&M에 새 둥지를 튼 PD들의 행보는 걱정을 자아낸다. 강호동 김희선 정용화를 앞세운 올리브TV ‘섬총사’를 보고 있으면 ‘삼시세끼’가 떠오른다. 그나마 ‘삼시세끼’는 자급자족이라도 하며 시청자들에게 시골생활의 고단하면서도 남다른 즐거움을 보여줬다. 힘들게 농작물을 재배하던 이서진이나 바다 낚시의 어려움을 전했던 유해진의 땀방울은 보는 것만으로 신선했다. 배우들의 노동은 나영석 PD가 연출했던 KBS2 ‘해피선데이- 1박2일’의 복불복 게임만큼이나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여행이라는 토대 위에 ‘먹방’ ‘쿡방’이 조합한 ‘나영석표’ 예능은 이제 ‘여행 예능’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섬총사’ 역시 나 PD가 개척한 길을 그대로 따라간다. ‘삼시세끼 어촌편’처럼 시골밥상을 선보이며 강호동의 ‘먹방’을 보태는 식이다. 차이라면 여자 연예인을 내세운 것 하나다. ‘섬총사’는 김희선의 화장하지 않은 얼굴과 털털한 패션을 강조할 뿐 ‘삼시세끼’ 시리즈와 차별화 된 게 없어 아쉽다.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과 ‘룸메이트’로 여행과 쉐어하우스라는 이색 콘셉트를 선보였던 박상혁 PD의 연출물이라 더 실망스러운지 모른다.

내달 방송 예정인 tvN 새 예능프로그램 ‘오늘부터 독립-둥지탈출’. tvN 방송화면 캡처

CJ E&M은 내달 또 다른 시험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tvN 새 예능 프로그램에 MBC를 나온 김유곤 PD와 민철기 PD가 출격한다. MBC ‘일밤- 아빠 어디가’를 연출했던 김 PD는 ‘오늘부터 독립- 둥지탈출’(‘둥지탈출’)로, ‘복면가왕’으로 유명한 민 PD는 ‘수상한 가수’로 새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자기복제의 그림자가 매우 짙다. ‘둥지탈출’은 미취학 아이들을 내세웠던 ‘아빠 어디가’의 청소년 버전쯤 된다. 최민수 박상원 이종원 김혜선 등 연예인들의 자녀 6명이 네팔로 여행을 떠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출연하는 연예인 자녀들이 ‘아빠 어디가’의 출연자들보다 더 나이가 많다는 설정 빼고는 색다른 포맷이 아니다.

‘수상한 가수’도 ‘복면가왕’을 잇는 음악 예능프로그램이다. ‘복면가왕’으로 스타가 된 그룹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투입돼 숨은 실력자를 찾는다는 컨셉트다. 연예인 판정단이 등장한다는 점도 ‘복면가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이유다.

PD 입장에서는 가장 잘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시험대를 통과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익숙한 포맷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실패의 후유증은 더 크기 마련이다. 시청자들은 유명 PD들이 케이블채널로 자리를 옮겨 가면서까지 예전 포맷을 되풀이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충격을 줄 정도로 참신하지 않아도 좋다. 조금이라도 신선하고 당찬 기운을 지닌 프로그램이라면 언제든 박수 칠 준비가 돼 있다. 자기복제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막장드라마의 전철을 예능프로그램은 밟지 않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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