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향유권 소홀” 결정 기폭제

울주ㆍ구례군 등 열풍 다시 확산

“지역경제 도움” “환경파괴 주범”

곳곳서 ‘해묵은 갈등’ 재연 몸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문화재현상변경 불허처분에 불복, 양양군이 제기한 행정심판이 열린 15일 국민권익위 서울종합민원사무소 앞에서 양양군민들이 상경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양양군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제기한 설악산 오색 삭도(케이블카) 행정심판에서 승소, 국립공원 내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보존ㆍ관리에 치우쳐 문화 향유권 등 활용적 측면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강조한 이번 중앙행심위 결정을 기폭제로 주춤했던 케이블카 열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와 함께 환경 보전 논리를 내세운 환경 단체의 반대 운동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8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케이블카를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곳은 설악산 오색지구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30여 곳에 달한다.

케이블카 설치 논의가 가장 활발한 곳은 울산과 경남이다. 울주군 상북면 복합웰컴센터에서 간월재 동쪽까지 1.85㎞ 구간을 잇는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은 최근 행정자치부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행자부가 내건 조건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때 관련기관 의견을 수렴할 것과 총 사업비가 500억 원을 넘을 경우 타당성 조사 실시 등 두 가지. 이달 중 실시설계에 들어가 낙동강유역환경청과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도 진행한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오색 케이블카 행정심판 결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남에선 지리산을 끼고 있는 산청군 중산리~장터목~함양군 추성리를 연결하는 10.5㎞ 길이의 산악 케이블카를 추진 중이다. 2012년 이후 환경부가 공익성과 환경성 등이 미흡하다며 사업신청을 세 차례 반려했음에도, 경남도는 조만간 노선을 변경해 네 번째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지리산 온천지구에서 노고단 KBS중계소를 잇는 총연장 4.3㎞의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지리산국립공원 계획변경에 대한 용역을 발주한 전남 구례군은 올해 안으로 환경부에 사업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이밖에 경북 포항시는 영일대 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해상케이블카(1.85㎞)를, 경기 포천시는 산정호수∼명성산 케이블카(2.2㎞)를 구상하고 있다. 인천시는 4월 케이블카를 포함한 월미스카이웨이 추진 계획을 내놨다. 오색 케이블카로 한바탕 난리를 겪은 강원도에서도 춘천 삼악산, 정선 민둥산, 인제 백담계곡 등지에서 산악 케이블카 사업이 곳곳에서 추진 중이다.

완공을 앞둔 곳도 적지 않다. 부산 거북섬~비치힐모텔을 이어주는 송도해상 케이블카(1.62㎞)는 21일 운행에 들어간다. 부산 서구청은 케이블카 운행을 계기로 송도해수욕장 일대가 옛 명성을 되찾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사천시에서는 2015년 12월 600억 원을 들여 착공한 사천 바다케이블카(2.43㎞)가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패턴이 변화하는 만큼 산지나 해안을 합리적으로 개발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례군 등은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 목적이 환경복원에 있다”고 주장한다. 케이블카 설치 후 성삼재 관통도로(지방도 861호선)를 폐쇄해 생태계 단절 문제 해결과 연간 840만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 시민단체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행정심판 인용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등은 송전탑과 같이 대형 지주와 케이블을 연결하는 케이블카로 인해 생태계가 훼손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한다.

당장 오색케이블카를 둘러싼 향후 일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과 케이블카반대 설악권 주민대책위, 민변 등은 “전국 케이블카 사업의 바로미터가 될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행정심판에 참여한 위원들의 의견을 검토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지역에서도 환경영향평가 등 케이블카 추진 과정에서 현미경 검증을 벼르고 있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누구나 마음 편히 누려야 할 휴식처가 민간업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케이블카 러시’를 어떻게 볼 지도 관심이다. 실제 대선운동 기간 중 문재인 캠프는 강원도의 숙원 사업인 오색 케이블카를 지역 핵심 공약에 넣지 않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케이블카 허가의 마지막 키를 쥔 환경부 수뇌부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바뀌었다. 일각에서 개발에 포커스를 둔 박근혜 정부와 다른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설악산 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관계자는 “설악산을 비롯한 케이블카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환경 적폐사업”이라며 “이에 대한 용인은 문재인 정부의 정당성을 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김영식 강릉원주대 교수는 “케이블카 논쟁은 침체된 지역경제의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절실함과 자연이 간직한 특이한 식생 등을 후손에 물려줘야 한다는 의무적 가치가 정면 충돌하고 있는 것”이라며 “인허가에 앞서 지자체와 환경단체 등이 함께 환경을 보존했을 때와 케이블카 설치 후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양=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