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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북핵 문제 해결의 창의적 방안?

입력
2017.06.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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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ㆍ연대 위해 내셔널리즘 갈등 피해야

우위인 경제ㆍ과학기술력 적극 활용해야

국력 증강, 국민단합 이루는 리더십 중요

지난 6월 8일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근원적인 방안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북한이 발사 시험을 거듭하고 있는 미사일이 결국은 소형화될 핵탄두의 운반수단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는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안보위협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위협양상에 직면해 대북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고, 대통령의 지시처럼 경우에 따라 발상의 전환도 강구해야 한다. 위압적이면서도 전체주의적인 적대세력에 민주세력이 성공적으로 대응해 온 역사상의 몇 가지 사례를 검토하는 게 창의적 북핵 대응방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가 전체주의 국가와 대결한 고전적 사례가 고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이었다. 30여년에 걸친 장기전 끝에 결국 스파르타가 승리했지만, 이 전쟁을 기록한 투키디데스는 개전 초기만큼은 아테네가 스파르타 동맹군에 효과적으로 맞서 싸웠다고 지적한다. 아테네 지도자 페리클레스는 스파르타가 우세했던 육상 결전을 피하면서, 아테네가 상대적 강점을 가진 해군력을 사용해 적대 동맹국들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공략하는 데 집중하였다. 그리고 전사한 병사들을 위한 장례식 연설을 통해 아테네 민주정체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염전 분위기에 빠진 시민의 전의를 고취시켰다. 민주주의 지도자였으나, 결코 민중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전쟁을 일관되게 지도한 페리클레스의 리더십을 투키디데스는 높이 평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히틀러에 맞서 싸운 영국의 전쟁수행방식도 참고할 만하다. 영국의 전략가 리델 하트는 기갑군단과 공군력을 앞세운 독일의 전격전에 대해 군사력 증강을 통한 직접대응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동시에 그는 전쟁 종료 이후에 추구될 독일과의 평화구축을 위해 간접접근 전략도 병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독일 시민들에 대한 선전을 통해 전쟁의지를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영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심정적으로 지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의 위압적 군사력에 직면해 장기간의 냉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전략도 참고할 점이 적잖다. 조지 케넌이 제시한 봉쇄전략에 따라 미국은 전 세계적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소련의 팽창 시도에 맞섰다. 케네디와 레이건 등의 지도자들은 핵전력 및 재래식 전력을 균형 있게 증강해 억제 능력을 갖춤과 동시에, 수시로 소련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핵실험금지조약이나 전략무기감축협정을 체결하면서 상호신뢰를 구축하려 했다. 예일대의 존 루이스 개디스 교수는 정파를 막론한 이런 장기전략의 지속적 추진이 결국 소련의 붕괴를 가져왔다고 평가한다.

이런 역사상의 사례는 대북 전략에 몇 가지를 시사한다. 평양판 총력안보체제를 구축하려는 북한과의 대결은 장기적이다. 단기간에 비핵화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지구전을 각오하면서 상응하는 국력을 기르고, 국민을 단합시켜야 한다. 또한 아테네나 미국이 그랬듯, 우방국과 공고한 동맹 및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 주변국가와 불필요한 내셔널리즘적 대립을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페리클레스가 갈파했듯, 상대의 강점을 상쇄하는 우리의 강점도 활용해야 한다. 군사력뿐만 아니라 북한보다 절대 우위인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을 활용한 대북 전략도 필요하다. 국가안보회의에 경제 및 과학기술 부처 장관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리델 하트가 그랬듯, 적대국 주민들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을 동경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북 대화 및 접촉 창구 확대를 통해 우리 실상을 알리는 게 불가결하다. 조지 케넌이나 리델 하트 같은 전략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페리클레스와 같은 국민단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최종적으로는 창의적 대북 전략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계가 아닐까 한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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