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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비친 세상] 사장에 명품시계 받은 KT&G 노조위원장 무죄

입력
2017.06.1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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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경진 기자
일러스트 김경진 기자

지난 2010년 10월 민영진 당시 KT&G 사장은 KT&G 러시아 준공식 출장 길에 올랐다가 거래처인 러시아 회사의 회장과 현지에서 만찬을 가졌다. ‘통 큰’ 거래처 회장은 만찬 직후 참석자들에게 롤렉스 시계가 든 쇼핑백을 하나씩 돌렸다. 민 사장에게는 그 중에서도 가장 값비싼 파텍필립 시계를 쇼핑백에 넣어 선물했다. 호텔로 돌아온 민 사장은 함께 출장 온 전모(59) 당시 노조위원장을 불러 현안을 얘기하며 술을 마시다가 비서실장에게 쇼핑백에 든 게 뭔지 물은 뒤 시계라고 답 하자 “딸 결혼식 예물로 쓰라”며 노조위원장에 건넸다.

당시 KT&G는 전년도 담배 판매 부진에 따른 인력 감축안을 놓고 극심한 노사 갈등을 벌이다 극적으로 타협안을 도출했던 때였다. 민감한 시기에 사장으로부터 4,500만원짜리 초고가 명품 시계를 받은 노조위원장은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노조 반발을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이재석)는 지난달 26일 전 전 위원장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둘 사이에 시계가 오간 건 맞지만, 민 전 사장이 전 전 위원장에게 노조 활동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 전 위원장에게 적용된 배임수재 혐의가 성립되기 위해선 뇌물을 주는 쪽이 받는 쪽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재판부는 “부정하게 청탁하려면 뇌물을 미리 준비해 비밀리에 줬어야 했는데 거래처 회장이 만찬자리에서 선물을 나눠 줄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만찬에서 받은 선물을 건네준 건 지극히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또 “민 전 사장은 받은 선물이 시계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브랜드나 가격을 알고 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시계를 주는 자리에 비서실장도 함께 있었던 점, 전 전 위원장이 동료들에게 자랑한 점도 부정한 청탁이 오고 갔을 것으로 보기 어려운 근거로 봤다. 재판부는 “시계를 준 시점에는 중요한 노사협의가 종료돼 민 전 사장이 형사처벌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부정한 청탁을 했을 만한 합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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