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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육식의 공포

입력
2017.06.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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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한 사람이 연간 먹는 육류는 51.3㎏(OECD 2016년). 돼지고기 24.4㎏, 닭고기 15.4㎏, 소고기 11.6㎏ 등이다. 1970년(1인당 5.2㎏)에 비해 10배로 늘었다. 육류 소비가 급증해도 경제적 부담은 덜하다. 공장식 축산업이 더 많은 고기를 더 싸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닭의 경우 햇빛도 안 비치는 4~8층짜리 철망 우리(케이지)에서 날개도 못 펴고 지낸다. A4 용지 한 장 면적에 두 마리가 산다. 화학물질 범벅 사료와 항생제를 먹고 속성으로 자란다. 그러니 면역력이 약해 전염병이 한번 돌면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진다.

▦ 작년 11월 창궐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올해 4월까지 닭 오리 3,787만마리가 산채로 땅에 묻혔다. 전국에서 키우는 가금류 네 마리 중 한 마리꼴이다. 2003년부터 지난해 봄까지 13년 동안 살처분한 가금류 숫자(4,414만마리)에 육박한다. 2010년 이후 구제역으로 매몰 처리된 소 돼지도 400만마리에 가깝다. 2일 다시 발생한 AI로 벌써 수십만 마리 닭이 땅에 묻혔다. 공장식 밀집 사육이 지속되는 한 유일한 AI 예방책인 살처분은 계속될 것이다.

▦ 전북 익산시 참사랑농장. 켜켜이 쌓은 케이지 대신 햇빛과 공기가 통하는 평사(바닥장)에서 닭 5,000여마리를 키우는 동물 복지 농장이다. 1㎡ 면적에 5마리가 생활한다. 닭들은 횃대에 올라 여유롭게 쉬거나 털을 고른다. 바닥에 깔린 짚에 몸을 비비고 모래목욕도 한다. 항생제 대신 약초를 먹고 날이 좋으면 풀밭 놀이터에서 일광욕도 즐긴다. 지난 AI 사태 때 이웃 공장식 축사들이 초토화했지만 이곳 닭들은 아직껏 한 마리도 감염되지 않았다.

▦ “인간이 소를 먹는 게 아니라 소가 인간을 먹어 치운다.”(제레미 리프킨) 사육되는 소는 전 세계 토지 4분의 1을 점하고 지구 곡물 3분의 1을 소비한다. 소고기 1㎏을 생산하는데 물 617ℓ가 필요하다. 사육 과정에서 나오는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법정스님은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 “그 짐승의 체질과 질병, 그리고 그 짐승이 사육자들에 의해 비정하게 다뤄질 때의 억울함과 분노와 살해될 때의 고통과 원한까지도 함께 먹는다”고 했다. 동물도 감정을 느낀다. 자연환경을 거슬러 키워진 동물이 건강한 식재료가 될 수는 없다. 동물이 행복해야 인간도 행복하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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