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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칼럼] 두뇌와 컴퓨터 연결의 미래

입력
2017.06.0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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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에 기억 용량을 추가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가. 일론 머스크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머스크는 가장 뛰어난 수준의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를 경영하고 있다. 또 인간이 화성에서 살 수 있도록 로켓을 만드는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이자, 뇌 기반 스타트업 기업인 뉴럴링크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다. 뉴럴링크는 컴퓨터를 우리의 뇌로 직접 연장해 지능과 기억을 증대하려고 하는 뇌 임플란트 기업이다.

머스크의 다양한 프로젝트는 인류의 미래를 지키겠다는 중대한 목표를 설정해두고 있다. 그 중 전기자동차는 지구온난화의 위험 수준을 예방하는 가능성을 높인다. 화성에 영구 정착할 수 있다면 기후변화, 핵전쟁, 생물학적 테러, 소행성 충돌 등 우리 인류를 완전히 없앨 수도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머스크는, 인공지능 기술에 큰 진전이 있고 컴퓨터를 더욱 똑똑하게 만드는 여러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면 인간보다 똑똑한 기계의 탄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초지능 기계가 인간을 제거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그의 전략은 따라서 우리를 컴퓨터로 연결하고 우리가 인공지능처럼 똑똑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몸에 전자장치를 이식한 사람들과 관련해 새로운 이야기는 더 이상 없다. 인공 심장박동조정기는 거의 60년 동안 사용되고 있다. 1998년 이후 과학자들은 신체가 마비된 사람의 뇌에 장치를 이식한 다음 그 사람의 생각에 따라 스크린에서 커서를 움직이게 하거나 또는 좀 더 향상된 버전으로는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인공 손을 움직이게 했다.

이런 장치들이 우리의 능력을 건강한 사람들의 능력 이상으로 신장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을 흑백으로만 볼 수 있는 전색맹 상태의 작가 닐 하비슨은 자신의 두개골에 안테나를 이식해 우리가 볼 수 있는 색상뿐 아니라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적외선과 자외선에도 반응하는 주파수를 감지할 수 있게 했다. 하비슨은 자신이 기술 역량을 갖춘 유기체인 사이보그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유용하기는 하나 한계가 있는 장치에서 머스크가 추구하는 두뇌-기계 상호작용 장치로 옮겨가려면 중대한 과학적 돌파구가 필요하다. 두뇌 이식 연구는 대부분 동물에 적용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원숭이나 다른 동물에 수십 년 동안 해를 끼쳤는데 이는 윤리적으로 좋은 일이 아니다.

어쨌든 머스크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동물뿐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불가피하다.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장애가 심하거나 위독한 환자가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의학 연구에 자원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뉴럴링크는 그런 환자들을 돕기 위해 고안된 연구로 시작하겠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미국, 유럽 그리고 의생명과학 연구가 발달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간 대상 연구 규정의 엄격함 때문에, 인간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해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실험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허가를 받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신체가 마비된 사람이 컴퓨터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만으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선구적이었던 필 케네디는 미국의 엄격한 규정 때문에 결국은 자신의 뇌에 전극을 이식했다. 그 때조차도 그는 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중앙아메리카의 벨리즈로 외과의사를 찾아가야 했다. 영국에서는 사이보그 옹호자인 케빈 워릭과 그의 아내가 개별 인간들이 신경 시스템을 통해 직접 통신이 가능한지를 보여주겠다며 자신들의 팔에 데이터를 삽입했다.

머스크는 인간 대상 연구를 규제하는 규정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이 분야에 열심인 사람들은 어쨌든 앞으로 치고 나가고 있다. 팀 캐넌은 필 케네디나 케빈 워릭만큼 과학적 또는 의학적 자격은 갖고 있지 않지만 결국에는 생채 장치를 이식하는 피츠버그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그의 태도는 자신이 2015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최초의 사이보그 박람회’에서 말한 것처럼 “그냥 해보자, 정말로 해보자”는 것이다.

뒤셀도르프 사이보그 박람회에서 사람들은 자석, 고주파 식별 칩 그리고 기타 장치를 자신의 손가락과 팔에 이식했다. 자격 있는 의사들이 건강한 사람을 수술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이식은 종종 타투이스트(문신사)와 수의사에 의해 이뤄진다. 의사들이 옳은가. 아니면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체에 장치를 삽입하는 것을 단념해야만 하는가.

워릭은 과학적 연구가 사이보그 애호가들의 활동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그것은 그들의 요구”라고 말하는데 사람들이 이식의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받고 그것을 자유롭게 수긍하는 한 그들의 요구는 옳은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과학의 진보를 위한 자원봉사자로 나설 때 우리는 그들의 행동에 좀 더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의 삶에 의미가 더해질 수 있다. 만약 머스크가 옳다면 결국 우리 모두를 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애거타 세이건 바르샤바 독립연구가

피터 싱어 프리스턴대 윤리학 교수

공동기고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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