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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비친 세상] 벌금 대신 사회봉사 신청에 법원 “장애인은 어렵다” 기각

입력
2017.06.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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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미납하면 노역장 신세

인권위에 “장애인 차별”제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15년 6월 이경호(58) 경기 의정부자립생활센터 소장과 김용란(51)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등 장애인활동가 3명은 이틀간 의정부시청에서 농성을 벌였다. 시가 장애인활동보조인들에 대한 수당 확대를 약속해놓고선 재정난 등을 이유로 지키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씨 등은 시장이 면담을 거절하자 그의 집무실을 점거했고 자신들을 끌어내려던 공무원들과 충돌, 법정에도 서게 됐다. 의정부시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소해 재판에 넘겨진 것이었다.

1년이 넘는 공방 끝에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 각각 90만~28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이들은 벌금 대신 사회봉사를 하겠다고 법원에 신청했다. 경제적인 문제로 벌금을 낼 수 없는 사람의 노역장 구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9년부터 시행된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한 요구였다.

하지만 법원은 장애인이라 사회봉사가 어렵다며 이씨 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꼼짝 없이 노역장 유치를 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의정부지법 형사8단독 김기현 부장판사는 이씨 등이 검찰을 통해 청구한 사회봉사허가를 지난달 11일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질병이나 그 밖의 사유로 사회봉사를 이행하기에 부적당한 사례’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씨 등은 ‘장애인이어서 사회봉사를 할 수 없다고 아예 배제되는 건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이씨는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장애인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면서 장애인이 정작 봉사활동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한다는 건 모순”이라고 했다.

법원 결정문을 받아 든 이씨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이 중 김씨는 항고도 했다.

장애인 단체 역시 지난달 3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을 규탄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편익 제도에서조차 장애인은 배제되고 거부됐다”며 “장애가 있으면 모두 신체 능력이 없는 것인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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