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훌쩍 넘은 문 대통령 지지도 비결
솔선수범이 사회 전체 변화 유도 마중물
국민 환호 속 은퇴할 최초 지도자 기대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뜨겁다. 문 대통령의 새로운 리더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및 독선의 리더십과 극명히 대조되면서 국민들에게 신선한 기대와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과의 사드 갈등 그리고 미국과의 통상 마찰 등 심각한 위기들이 여전한 상황에서 단지 리더십만 바뀌었을 뿐인데 사회 분위기가 이처럼 급격히 달라질 수 있는지 의아심이 들 정도다.

문재인 리더십의 어떤 측면이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토록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무능과 국정농단으로 극심한 국정혼란을 초래한 박근혜 정부의 반사효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 해석은 41.1%의 득표율로 당선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국정을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급상승한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가 내세운 공약들의 매력이나 타당성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여전히 그의 공약들 일부는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고, 대부분의 공약들이 아직 구체적인 정책으로 전환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그의 감춰진 카리스마가 발산되기 시작했다는 설은 더 공감하기 어렵다. 그의 소탈한 행보와 처신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느끼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80%를 훌쩍 웃도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소통과 상식이라는 평범한 요인들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일찍이 유대계 독일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해 보고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명제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아이히만은 어떤 근본적인 사악함(radical evil)에 사로잡혀서 홀로코스트를 집행하게 된 ‘악의 화신’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상부의 명령에 기계적으로 복종했던 순응주의적 인간이었을 뿐이다. 요컨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의 상실과 그로 인한 상식의 결핍이라는 평범한 요인이 아이히만을 반인륜적 범죄의 집행인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짙은 어둠으로 상징되는 홀로코스트의 비극이 독자적인 판단을 기피하는 현대인들의 습성과 상식결핍에 기인한 바 컸다는 아렌트의 분석이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자유롭고 밝은 빛의 세계는 소통과 상식이라는 평범한 원리들을 복원함으로써 창출할 수 있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갖는다. 소통은 우리 주변을 둘러쌓고 있는 어둠(혹은 적폐)을 몰아내는 빛을 생성한다.

그것은 건전한 상식 및 상식에 기반한 새로운 관행을 형성하고, 우리의 지성과 판단력을 계몽시킨다. 타인의 견해와 시각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개방적 태도를 함양시켜주며, 약자들의 필요와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도덕감각을 길러준다. 아울러 다양한 관점과 견해의 교환을 촉진시켜 입법과 정책의 합리성을 높여주며 국가시책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지지를 이끌어낸다.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다. 그의 리더십은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존중하는 소통의 회복 및 상식의 존중이라는 평범한 요소들로 이뤄져 있다. 사적인 목적을 위해 공적인 것을 남용하지 않으려는 각오와 결단, 만인지상의 지위에 있지만 일반인들과 똑 같이 한계가 있는 평범한 존재라는 자각에 기반한 소통의 일상화, 힘없고 연약한 자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연민의 감정, 이런 평범한 것들이 그 어떤 카리스마적 지도자들도 누리기 어려운 압도적인 지지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솔선수범은 사회 전체의 변화를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문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않고 소통과 상식 및 탕평의 정치를 일관되게 추진해간다면, 웬만한 실수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축복과 환호 속에 은퇴할 수 있는 최초의 지도자가 될 것이다. 임기 초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비범한 카리스마가 아니라 소통과 상식이라는 평범한 요소들이 정치적 위대성의 근거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비환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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