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생명수 ‘지하수’ 산업자산으로 키운다

전국 최고 다우 지역 불구 물 부족

땅 속 스며든 빗물 지하수로 변해

제주삼다수 30년간 생수시장 1위

고용효과 등 지역경제 직ㆍ간접 기여

제주만의 ‘용암해수’ 가치 높아져

산업단지 조성 음료ㆍ화장품 등 생산

오리온 등 대기업들 제주에 ‘눈독’

제주형 물산업 육성 계획 마련키로

제주에는 1년 동안 모두 37억6,900만톤에 달하는 많은 비가 내린다. 이 중 22%(8억3,300만톤)는 하천을 통해 바다로 빠져나가고, 33.4%(12억6,000만톤)는 공기 중으로 증발해 사라진다. 나머지 44.5%(16억7,600만톤)는 땅 속으로 스며든다.

이처럼 많은 비가 내림에도 정작 물이 고이지 않아 예부터 제주사람들은 물을 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었다. 지하수가 해안 주변 땅 틈 사이로 솟아난 용천수 주변으로 마을들이 들어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물허벅(물항아리)을 지고 멀리 떨어진 용천수에 가서 물을 길어 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제주사람들이 지하수를 생명수라고 부르는 이유다. 1970년대 지하수 개발이 본격화되고 상수도시설이 보급되면서 조상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던 물 부족 문제는 해결됐다. 그리고 30여년 후인 1988년부터는 제주 지하수는 먹는샘물인 ‘제주삼다수’로 판매되면서 이제는 지역경제의 한 축을 이루는 귀중한 산업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주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제주삼다수 생산공장 전경. 제주도개발공사 제공.

31일 오전 제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제주도개발공사 내 제주삼다수 생산공장. 자동화시스템을 갖춘 4개의 생산라인에서는 페트병에 담긴 제주삼다수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공급량이 부족해 생산라인을 추가 설치를 계획 중이다.

생산공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지하 420m에서 뽑아 올린 지하수를 정수처리 없이 단순여과 과정을 거쳐 자외선 살균과 병 외부에 라벨을 붙이면 끝이다. 이처럼 생산공정이 단순한 것은 원재료인 제주 지하수의 수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빗물이 지하로 내려가 겹겹이 쌓여 있는 현무암층과 송이층을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오염물질을 제거되는 천연 필터링 과정을 거친 지하수에는 바나듐, 실리카 등 몸에 좋은 천연 미네랄 성분들도 물에 녹아들어 있다. 이 때문에 삼다수는 국내 다른 먹는샘물과 해외 유명 생수와 비교해서도 수질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기원 제주도개발공사 지역가치연구팀장은 “제주지역의 지하수 연령은 평균적으로 16년 정도이며, 제주도 전체적으로 보면 지역별로 2∼53년 범위로 분포한다”며 “이 중 삼다수의 원료로 사용되는 지하수의 연령은 18년 정도로, 삼다수를 구입하면 최고 품질의 ‘18년산’ 화산암반수를 마시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주 제주시 조천읍 제주도개발공사 내 물홍보관에 설치된 제주삼다수 포토존. 김영헌 기자.

이처럼 뛰어난 수질과 제주의 청정 이미지로 경쟁력을 갖춘 제주삼다수는 1998년 첫 출시 이후 3개월만에 국내 먹는샘물 페트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대한민국 대표 먹는샘물로 각종 국제회의 석상에 오르는 것은 물론 미국 LPGA 공식 생수로도 지정됐다.

또 제주삼다수는 여타 먹는샘물과 달리 공익성을 띠고 있는 지방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가 직접 생산하고 있다. 제주 지하수는 공공자산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기업이 지하수를 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가 삼다수를 판매한 발생한 수익도 매년 지역사회에 환원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수익의 절반 정도인 200억원이 서민층을 임대사업이나 장학사업, 지하수보전기금 등으로 사용됐다. 또 제주개발공사의 현재 고용인원은 605명으로, 300명 이상 고용사업장이 드문 제주지역에서 일자리 창출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삼다수는 제주지역에서 유통되는 물품 중 단일품목으로 가장 많은 연간 80만톤이 유통되면서 지역내 화물운반업체들 운영에도 도움을 주는 등 지역경제에 직ㆍ간접적으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제주에는 삼다수의 원료인 담수 지하수 외에 독특한 지하수가 하나 더 있다. 30만∼40만년 전부터 삼투압 작용 등으로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을 통과해 섬 지하에 저장된 용암해수는 최근 들어 빛을 보게 됐다. 나트륨, 마그네슘 등의 성분은 해양심층수와 비슷하지만 인체에 유용한 희귀 미네랄 성분인 바나듐, 셀레늄, 아연, 철 등이 용암해수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용암해수도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을 통과하면서 중금속 등 오염물질이 자연 여과된다.

<용암해수 취수> <해양심층수 취수>

제주 용암해수는 강원도 등지에서 취수 중인 해양심층수와 달리 수백미터 수심까지 깊이 내려갈 필요 없이 땅 위에서 지하수 관정을 통해 쉽게 취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염분을 분리하는 탈염처리 비용도 훨씬 저렴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수량에 제한을 받고 있는 담수 지하수와 달리 아무리 많이 채취하더라도 고가될 우려가 없어, 음용수는 물론 산업적으로도 활용가치가 큰 수자원이다.

이처럼 다재다능한 용암해수도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농업용수로도 사용 못하는 짠물에 불과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2005년 용암해수 산업화를 위한 연구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제주시 구좌읍에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용암해수의 가치는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산업단지에는 용암해수를 이용해 생수와 탄산수 등을 개발해 판매하는 음료업체를 비롯해 화장품 업체, 식품업체 등 모두 8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최근에는 국내 탄산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기업들도 제주 용암해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풀무원 등은 용암해수를 이용한 탄산수를 시장에 판매하고 있고, 오리온은 지난 4월 아예 산업단지 내 입주기업을 인수해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한 음료사업 추진을 전격 선언했다.

제주도는 지하수를 활용한 물산업이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지난해 ‘제주도 물 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제주지역에 적합한 물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하는 등 물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적인 화산섬인 제주의 청정 이미지와 제주만의 갖고 있는 뛰어난 수자원을 결합시켜, 앞으로 제주 물산업을 지역경제를 이끌어 갈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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