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중동] 막나가는 이스라엘 우파

8년째 정권 잡은 네타냐후
“내 임무는 유대민족의 생존”
좌파 예술가에 보조금 금지
‘유대민족 단일국가’ 헌법안
지난달 내각서 통과시키기도
이스라엘 우파 성향 시민들이 24일 국경일인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예루살렘 구시가지 내 다마스쿠스문 인근에 모여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예루살렘의 날은 이스라엘이 1967년 ‘6일 전쟁’ 승리로 예루살렘 전 지역을 점령하게 된 뒤 예루살렘을 ‘재통합’했다고 주장하며 지정한 기념일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이 무단 점령하고 있다며 저항하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두고 이스라엘의 한 일간지는 “좌우파 정치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문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나 정착촌, 평화협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아무 말을 하지 않은 것을 비꼰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 중 복잡하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양상은 ‘일상적(common)’ ‘복합적(compound)’ ‘다층적(complex)’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때문에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아슬아슬한 균형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랜 세월 타지를 헤매다 고토로 돌아온 유대인의 ‘귀향’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터전을 이루고 살던 고향에서 쫓겨나 ‘난민’이 되게 했다. 이스라엘의 건국일이 팔레스타인 쪽에서는 나크바(재앙)의 날이지만, 이스라엘 측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독립 투쟁이 테러인 이유다. 이는 단순히 관점과 입장의 차이라기보다는 ‘숙명의 차이’라 부르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이스라엘이 ‘안보 최우선주의’ 고집하는 이유

양측의 이런 갈등 양상이 일상화하고, 고착화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우파의 역할은 더욱 견고해졌다. 현재까지 8년간 이스라엘 우파 정부를 이끌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의 영토 위에서 유대민족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은 나의 임무”라며, 자신을 ‘이스라엘의 수호자’로 간주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 좌파가 이스라엘 영토를 축소하고 그 옆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겠다는 아랍 쪽 선전 논리를 흡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며 “좌파는 유대민족으로서의 애국심은 내던진 채 이스라엘의 점령에 따른 피해로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을 해방시키려는 목적을 실현하고자 애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안보중심주의는 반유대주의와 홀로코스트 같은 역사적 경험과 시온주의(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목적인 민족주의 운동)가 결합한 강력한 정치ㆍ군사적 특성을 띠고 있다. 예루살렘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관 야드바셈(Yad Vashem)의 콘크리트 피라미드 복도를 걷다 보면, 중동 지역 내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이스라엘이 왜 그토록 안보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느끼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멸절’에 대한 민족적 두려움은 분열해 가는 이스라엘 사회를 한데 묶는 요소다. 이러한 두려움은 자신들에게 위협을 가해 오는 팔레스타인과 무슬림 세계를 주적으로 삼아 생존의 이름으로 똘똘 뭉치도록 해 준다. ‘소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이스라엘과 미국 보수주의자들을 견고하게 잇는 연결 고리이기도 하다.

안보 등에 업은 우파의 계속된 탈선

문제는 안보 최우선주의가 그 끝을 알 수 없는 점령의 억압 속에서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속절없이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7월 네타냐후 총리는 점령지역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반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의회가 채택하도록 한 바 있다.

2015년 2월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스라엘 국회가 ‘비정부기구 투명성 관련 법안’을 채택하고, 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모든 비정부기구가 공적 보고서를 통해 해당 증여 국가와 관련한 정보 보고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비정부기구는 유럽 및 북미 지역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다수의 인권 수호 단체와 좌파 단체들이다. 이 법령은 그동안 평화운동을 주도해 온 유명 작가와 예술가들을 ‘잠재적인 배신자나 첩자’로 낙인 찍고 위협을 가하고 있다.

더불어 문화부 장관은 좌파 예술가들을 밀착 감시하고 ‘문화적 충성(cultural loyalty)‘을 강요하며 “유대국가로서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는 모든 예술가에게 보조금 지급을 금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상정했다. 이는 좌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6년 5월에는 극우 시온주의 조직인 ‘임 티르추(신이 원한다면)‘가 인권단체 등이 주도하고 있는 BDS운동(요르단강 서안을 50년째 점령 중인 이스라엘에 대해 불매(Boycott)와 투자 철수(Divestment), 경제 제재(Sanction) 등을 통해 불이익을 주자는 운동)을 반유대주의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주도자들을 색출하는 등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난달 네타냐후 내각은 이스라엘을 유대민족 단일국가로 재정의하는 헌법안 ‘호크 하레움(유대민족국가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국가 내에서 ‘집단적 권리’는 오직 유대인들에게만 부여한다는 게 골자다. 이 법에 따르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무슬림 또는 기독교인들)는 법이 정하는 ‘개인적 권리’만 누릴 수 있고, 아랍어는 공식 언어에서 배제된다. 아직 의회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벌써부터 스프레이로 아랍어를 지운 도로 표지판들이 발견되는 등 배척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서 유일하게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곳”이라는 유대인의 자부심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안보중심주의와 민주주의는 함께 갈 수 없는 가치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두 가치가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의존적인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최창모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ㆍ중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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