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과의 좌담회에 참석하고 어제 돌아왔다. 현재 중국에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어떤 학자는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학계의 6가지의 공개적인 논쟁을 정리하고 있기도 하다. 전략적 자산으로서 북한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부터 중국이 북한 원조를 완전히 중단하고 한국, 미국과 함께 북한을 제재해야 하고, 심지어 한국에 의한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은 아직은 일부 학자들의 견해이긴 하지만 후자의 입장, 즉 북한을 전략적으로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점이다. 한국은 지금부터 통일 시에 중국에 부담이 아니라 어떤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는 견해까지 나온다. 북핵 문제는 이제 우리 못지 않게 중국에게도 뜨거운 감자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30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문제다. 문재인 새 정부 등장 이후 특사 파견 등을 통해 한중 고위층 간의 접촉과 대화가 이뤄지면서 한국 내에서는 사드 문제에 대한 해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듯하지만 중국 내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라 보였다. 오히려 사드 문제는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물론 사드 논란의 승자는 미국과 북한이고, 패자는 중국과 한국인데, 패자끼리 맞서는 모양새는 보기 좋지 않다는 견해도 있었다. 사드 문제로 제재를 하는 중국이 대국답지 못하다는 소수 의견도 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가 사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한중관계의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6월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사드 문제 해결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측은 결국 한국이 어떤 협상카드를 활용해 미국을 설득하느냐가 핵심 관건으로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또한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에 관심이 높았다. 중국도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문제인데, 과연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북한을 다룰지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대안들 가운데 한국과 중국이 이제 대북정책의 초점을 위기관리와 북한 변화 견인에 맞춰야 할 때라는 견해는 귀담아들을 만했다. 이제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가운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에 대해 낙관론을 펴는 이는 전무하다. 비록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응한다 해도 길고 지루한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그렇다면 지금 할 일은 핵을 통제하고, 확산을 막는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 교류협력을 지속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본다. 이를 통해 북한과 국제사회를 연결시키고, 북한 지도층이 국제규범을 이해하면서 생존전략을 점차적으로 수정해나가도록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북한의 개혁·개방 확대 방안과 관련해 이른바 ‘심천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의 체제유지 불안감을 고려하면서도 개혁·개방 효과가 큰 경제특구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의주나 나선에서의 자본주의 실험과 확대가 언젠가 나비효과로 나타나 북한 시스템 전반을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것이 중국 학자들의 견해다. 비슷한 맥락에서 북한에서 개혁·개방 성공사례를 만드는 데 한국과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도 당장 핵문제와 교류협력을 분리하기에는 점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이 6자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중국 당국은 북중 국경폐쇄까지 실제 고려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금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의 거침 없는 핵미사일 도발을 막는 제재압박에 집중할 때라는 인식이 강해 보였다. 그래서 일부 학자는 문재인 정부가 독자적으로 교류협력을 재개하고 강화해 나간다면 중국의 대북정책에도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최소한 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움 선언 수준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북중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의 복원도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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