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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적소 물 흐르는 듯한 알파고의 수에 기가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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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적소 물 흐르는 듯한 알파고의 수에 기가 질렸다”

입력
2017.05.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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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김성룡9단
프로기사 김성룡9단

커제의 흑으로 시작된 1국. 생각시간을 1시간 늘려 각자 3시간으로 했지만 커제는 시간을 다 쓰기도 전에 패색이 짙어져 아쉬움을 더했다.

커제는 이세돌이 지난해 알파고와 대국 때 선보인 깜짝 놀랄만한 수도 별로 없었고, 전반적으로 실력차이를 실감했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완패를 당할 때 느끼는 무기력함이 더했다. 알파고는 올 초 인터넷에서 종횡무진(60전60승) 할 때의 범위를 넘어선 것 같이 보이진 않았다. 지난해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보인 것과 달리 이번 알파고 2.0은 안정감과 상황 대처 능력이 너무 앞서 있어 적재적소로 물 흐르는 듯한 모습에 기가 질렸고 어려운 장면 같은 곳을 풀어나갈 때 인간의 눈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는 수들이 여러 차례 등장해 커제를 괴롭혔다.

오늘 바둑의 승부처를 종합해 보면 3가지로 볼 수 있다.

1. 초반 (기보 1-22)

흑3은 커제의 최근 실전용으로 쓰였던 수법이다. 프로들 사이에서는 흑으로 사용할 것이다라는 얘기가 많았던 수. 또 하나는 흑7로 3.3침입한 알파고 수법을 커제가 역으로 사용한 것. 여기에 알파고가 보여준 백10의 대응은 마치 커제가 흑3을 두고, 이 곳을 7로 둔다면 준비된 것 같이 두어졌다. 이후 백22까지 흑 한 점이 축으로 몰렸다. 결과적으로 흑3의 위치가 3.3이 아니었다면 축이 될 수 없었다. 이미 초반 심리전에서 커제는 밀렸다. 준비된 수가 ‘털린’ 것이다.

2. 중반 (기보 50)

백 세모가 두어진 곳을 보자. 이 수는 왜 지금일까 하는 의문 부호가 생길 수밖에 없는 수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다음 한 수가 쉽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이지 묘한 곳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알파고의 백50은 이세돌때 보여준 5선 어깨 짚는 수만큼이나 파격적이다.

3. 종반 (기보 84-100)

백1로 침입한 알파고의 수는 기존의 이론과 완전히 다른 침입이다. 흑8의 곳에 두는 것과 느낌이 너무 다르다. 하지만 이후 3-13까지 집으로 많은 득을 본 다음 15,17로 이어진 진행으로 승기를 잡았다.

알파고는 이세돌 때와 달리 상황에 따라 빨리 두기도 하고 천천히 두기도 했다. 이세돌과 대결때의 착점 시간 1분 정도로 두는 세팅된 것과는 달리 자유롭다 보니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이 두는 모습을 연출했고 너무 매끄러운 진행을 하다 보니, 바둑의 매력이라는 패싸움은 생길 기회조차 없었다. 알파고 2.0은 기계의 냄새를 빼고 인간의 냄새로 전환된 착각이 들게 한다. 바둑 내용은 인간보다 잘 두는 것, 하지만 인간의 바둑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우전(중국 저장성)=프로기사 김성룡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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