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당선으로 실현 가능성 커지자
지방국립대들 관련 논의 본격화
서울대 안팎선 하향 평준화 우려
“구체적 정책 발표 전엔 대응 안해”
사립대는 정부지원 소외 불안감
문재인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충북대에서 전북대ㆍ부산대 등 전국 9개 지방거점국립대 기획처장들이 모여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대선 당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공약을 적극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정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거점국립대 차원에서도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회의에서 기획처장들은 새 정부에 효과적 대학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 연구를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기획처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떻게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좋을지에 대해 제안을 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학가에서 ‘국공립대 네트워크’ 공약을 둘러싸고 온도 차가 상당하다. 지방 국공립대에서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실행해 볼 만한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큰 반면 서울대와 일부 사립대 측은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출마 선언 초기부터 줄곧 강조해 온 국공립대 네트워크는 학령인구 감소 등에 대비해 국공립대 공동운영체제를 꾸려 자발적으로 혁신 방안을 마련해내자는 취지다. 현재 전국 4년제 국공립대는 29개에 달한다.

일부 지방 국공립대에서는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역 국공립대 간 연합체제를 검토해 온 대학들이 적지 않은 만큼 국가 차원의 정책 추진으로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한 국립대 기획처장은 “학령인구 감소 문제는 특히 지방 대학들에 큰 타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여 새 정부의 국공립대 네트워크 정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선다면 각 지방 대학 별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의 경우 분위기가 미지근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다. 학교 안팎에서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으로 상향 평준화가 아닌 하향 평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서울대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 중 수능 절대평가화나 논술ㆍ특기자 수시전형 폐지 등 굵직한 것들이 많지만 학교 입장에서 발등의 불은 대학 네트워크 정책”이라며 “자칫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는 만큼 정책이 구체적으로 발표되기 전 대응에 나서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사립 대학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만들 경우 정부 사업이나 재정 지원에서 사립대가 소외될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상위권 사립대들에게는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중하위권 사립대, 특히 지방의 사립대의 경우에는 경쟁력을 아예 잃을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입장은 크게 갈린다. 서울대 학생들은 “사실상 서울대 폐지론 아니냐”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 단과대 학생회장이 온라인상에 ‘대학 서열화 문제 본질을 외면하는 국공립대 통합정책 폐기하라’는 대자보를 게시하고 서명운동에 나섰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반면 지방 한 국립대에 재학 중인 유모(23)씨는 “학교 시설이나 연구 지원 등에서 갈증이 큰 학생들을 중심으로 해당 정책이 적극 추진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학교 측에 대응을 요청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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