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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무림페이퍼, 국내 유일 펄프 제지사… 막오른 3세 경영시대 최대과제는 ‘실적 개선’

입력
2017.05.2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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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위치한 국내 유일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 무림 P&P 공장 내부 모습. 무림그룹 제공
울산에 위치한 국내 유일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 무림 P&P 공장 내부 모습. 무림그룹 제공

2013년 11월 국내 유일 펄프-제지사인 무림그룹 3개 계열사(무림페이퍼ㆍ무림P&Pㆍ무림SP) 최고경영자(CEO)를 겸직하고 있는 김인중(67) 사장이 갑작스레 물러나자 회사 내부는 크게 술렁였다.

김 사장은 2004년 무림페이퍼 사장에 취임한 뒤 불도저 스타일의 추진력으로 무림페이퍼를 국내 대표 제지 회사로 키워낸 1등 공신이었다. 특히 그는 2008년 국내 제지 업계가 모두 뛰어든 동해펄프(현 무림P&P) 인수전을 승리로 이끌며 회사 외형은 물론 수익성도 대폭 개선시켰다. 따라서 제지업계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김 사장의 퇴진을 예견 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김 사장의 갑작스런 퇴진으로 존재감이 부각된 사람은 회사 오너인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의 장남 이도균(40)씨. 이씨는 김 사장 퇴임 한달 뒤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전무급인 전략기획실장으로 승진하며 회사 경영에 본격 참여하게 된다.

때문에 제지업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아들의 입지를 넓혀주기 위해 김 사장을 전격 퇴진시켰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김 사장 후임으로 공장장과 종합연구소장 등을 지냈던 관리형 사장이 임명된 것도 이런 해석에 무게감을 실어줬다. 무림그룹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사장 교체 후 김 사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경영진이 모두 교체되는 대규모 인사가 이어지기도 했다”며 “당시 인사를 이도균 전무 등장과 연관 지어 얘기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동해펄프 인수…국내 최초 펄프ㆍ제지 일관화 공장 구축

무림그룹은 고(故) 이무일 선대 회장이 1956년 설립한 무림제지(현 무림SP)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회장은 1975년에 신무림제지(현 무림페이퍼)를 설립하고 1984년에는 삼성제지(현 세하)를 인수하는 등 사세를 불리며 무림을 국내 대표 제지업체로 성장 시켰다.

이 선대 회장이 타계 한 뒤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은 사람은 차남인 이동욱(69) 현 무림그룹 회장이다. 다만 세하는 3남 이동윤(67)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아 독자 경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무림과 세하가 걸어온 길은 무척 달랐다. 세하는 2000년대 신사업으로 카자흐스탄 유전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해 결국 워크아웃되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무림은 꾸준히 한 우물을 파며 한솔제지와 함께 국내 제지업계 양강 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무림이 2008년 동해펄프(현 무림 P&P)를 인수하게 된 것은 기존 그룹의 경쟁력을 배가 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제지업체 수익성은 수입하는 펄프가격 변동에 크게 좌우되는데, 무림은 자체적으로 펄프를 생산하게 되면서 수입 펄프에 대한 의존도를 기존 대비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무림은 2011년 펄프와 제지 공정을 함께 갖춘 일관화 공장도 제지업계 최초로 완성하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성공한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펄프가격이 오르면 제지업체의 수익성은 보통 떨어지지만 무림은 자체 펄프 생산으로 오히려 펄프 값 상승 혜택을 볼 수 있는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며 “다른 제지사들이 펄프ㆍ제지 일관화 공장을 부러워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주력지 교체로 실적 개선 노려

디지털 시대에 갈수록 둔화되는 제지산업의 성장률은 무림의 가장 심각한 고민이다. 특히 무림은 그동안 주력제품이었던 인쇄용지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생존 과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무림페이퍼는 2013년 500억원을 투입해 주력 제품을 인쇄용지에서 식품포장지, 라벨지 등과 같은 고부가 가치의 산업용지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주력지 전환작업을 결정하기 직전 해인 2012년 무림페이퍼의 실적은 바닥을 찍었다. 당시 매출은 4,773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24.1% 줄었고, 영업손익은 54억원의 적자였다.

당시 무림은 주력지 전환 작업이 완료되면 산업용지 생산 비중이 50%로 높아지는 만큼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주력 생산용지 교체만으로 실적 개선은 결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림페이퍼 매출은 주력지 교체 이후인 2014년 한 때 5,699억원으로 반짝 상승했으나, 지난해엔 교체 작업 이전 수준(2012년 4,773억원)으로 원점 회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적자상태를 벗어나 307억원을 기록하며 점차 회복되는 수준이다.

무림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인 동해펄프(무림P&P)도 펄프값이 급락할 때면 반대로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제펄프 가격 하락으로 무림P&P는 펄프부문 사업에서 1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야 했다. 올해 들어 펄프값이 다시 오르면서 무림P&P 실적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급등락하는 펄프값 변동에 마음을 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A 제지사 관계자는 “무림과 한솔 등 국내 제지사들이 최근 5년간 특수지와 산업용지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실적 개선세는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종이 시장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거대 흐름을 주력지 교체 작업으로만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3세 경영시대 본격 개막

2015년 3월 무림그룹 제지 3사인 무림페이퍼, 무림P&P, 무림SP는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이 회장의 장남 이도균 전무를 등기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킨다. 전략기획실장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한 이 전무가 1년 3개월 만에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도 입성하면서 무림그룹의 3세 경영체제가 본격화 된 셈이다.

이 전무의 회사 지배력은 아버지 이 회장을 이미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림그룹 제지 3사는 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로 연결되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무림 SP의 최대주주가 이도균 전무(21.37%)다. 이 전무는 경영에 참여하기 전인 2003년부터 장내 매수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무림SP지분을 매입했다.

등기 이사 선임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이 전무의 최대 과제는 새 시장 발굴을 통한 그룹의 실적 개선에 있다. 지난해 무림그룹 제지 3사의 매출은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다. 특히 계열사 중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무림P&P의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144억원으로 전년대비 63.9% 감소했다. 무림그룹 관계자는 “이도균 전무는 전문경영인인 김석만 사장을 보좌하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어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해 실적 부진이 주로 펄프 가격 하락 때문이었던 만큼 올해는 가격 정상화로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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