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신임 정책실장은 누구

1990년대부터 사회 참여 활동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
대선에선 안철수 후보 지원
장하성 정책실장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인선 발표 이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재벌개혁을 주창해 온 참여형 지식인. 21일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에 전격 임명된 장하성(64)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딱 한 문장의 수식어다. 재벌이 독식해온, 그래서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이를 바꿔보고자 적극적인 행보를 해온 그의 일관된 이력이 이 수식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장 실장이 본격적으로 사회 참여활동을 시작한 건 외환위기로 소득 불평등이 악화한 1990년대 후반부터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은 이듬 해인 1998년, 그는 국내 최초로 소액주주 권리 찾기 운동에 나섰다. 소액주주가 거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당시 소액주주들을 규합해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을 향해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방식은 파격적이었다. 자본주의 틀 내에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었다.

그의 ‘재벌과의 전쟁’은 삼성에 화력을 집중했다. 1999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여해 무려 8시간30분 동안 집중투표제 도입과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관 개정을 요구, 결국 표결로까지 이어진 건 매우 유명한 일화다. 제일모직 소액주주 2명과 함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포기하게 해 제일모직에 손해를 끼쳤다’며 2006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 130억여원 배상 판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장 실장은 2006년부터는 이른바 ‘장하성 펀드’로 이름을 날린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를 수천억원 규모로 조성해 새로운 방식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활동을 펴기도 했다. 이 펀드는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에 투자한 뒤 지배구조 개선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소액주주운동의 또 다른 형식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이 떨어지고 남양유업, 일성신약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 2012년 청산했다.

그의 관심사는 최근 들어 점점 넓어지는 모습이다. 장 실장은 활발한 저술과 방송 활동 등을 통해 사회 양극화,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 문제, 분배 문제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그는 세금 제도나 복지와 같은 ‘재분배 정책’보다는 대ㆍ중소기업 간, 자본ㆍ노동 간 ‘분배 정책’이 핵심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최근 한 방송에서는 “인턴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정치 참여에도 적극적인 편이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 ‘DJ노믹스’(김대중 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만들었고, 2012년 대선에서는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 후보의 경제교사 역할을 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도왔다.

학계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학자로서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해 일관된 주장을 상세한 데이터에 기초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통찰력뿐 아니라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외국투기자본과 손잡고 국내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는 미국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이른바 ‘먹튀’ 논란과 관련, “단지 론스타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할 수 없으며 이익을 가져가게 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 실장은 호남 지방 대지주로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에 투신한 고 장병상씨의 손자로 누나는 참여정부 시절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장하진(66)씨이며, 사촌 동생은 장하준(54)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프로필

- 광주(1953년 9월)

- 경기고ㆍ고려대 경영학과ㆍ뉴욕주립대 얼바니대학원

-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ㆍ고려대 경영대학장

1999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해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장하성 당시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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