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주중보다 겨우 18분 더 일해
결혼 6개월차로 맞벌이를 하고 있는 장모(31)씨는 결혼 초 남편과 가사일을 공동 분담 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교적 퇴근이 일정한 장씨와 달리 대기업 재무팀인 남편은 야근이 잦아 주중 요리나 빨래 등은 장씨가 도맡기 일쑤다. 장씨는 “주말에 남편이 집안일을 돕기 위해 식사 준비나 청소 등에 나서지만 일이 서툴러 같이 하다 보면 결국 내 손이 더 많이 간다”며 “남편이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회사에 나가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주말에도 집안일 대부분은 내 몫”이라고 말했다.
살림에 신경쓰기 힘든 맞벌이 부부에게 가사 노동은 공동 과제지만 여전히 여성의 몫이 훨씬 큰 게 보통이다. 특히 부부 모두 집에 있는 주말에도 맞벌이 아내가 남편보다 가사일에 4배나 많은 시간을 쓴다는 조사가 나왔다.
7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성별ㆍ가구형태별 가정관리 시간배분’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를 하는 남성의 ‘가정관리(음식준비, 청소 등)’ 시간은 주말 하루 평균 36분이지만 여성은 4배인 145분으로 나타났다. 주중 격차 6배(남성 18분, 여성 112분)에 비해서는 줄어든 것이라고는 해도 남성은 쉬는 날에도 주중보다 고작 18분 더 일하는데 그쳤다.
반면, 맞벌이 부부의 ‘교제 및 여가활동’ 시간은 주중 31분 차이(남성 207분ㆍ여성 176분)였지만 주말에는 두 배가 넘는 72분(남성 349분ㆍ여성 277분)으로 벌어졌다.
남성의 가사 분담은 외벌이인 경우에도 별 차이가 없었다. 외벌이 가구 남성의 가사 노동 시간은 맞벌이 남성과 비슷하게 주중 15분, 주말에는 37분에 그쳤다.
맞벌이 가구의 가사 노동 중 남녀 격차가 가장 큰 것은 ‘음식준비’였다. 주중에 여성은 음식준비에 63분을 쏟았지만 남성은 단 6분에 그치는 등 10배 넘게 차이가 났고, 주중에도 여성 73분, 남성 9분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청소 및 정리’의 경우 여성이 주중 25분, 주말 34분을 할애하는 반면, 남성은 각각 6분, 12분에 그쳤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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