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읽는 이의 황홀감…비평이 주는 감동

알림

읽는 이의 황홀감…비평이 주는 감동

입력
2017.05.08 04:40
0 0
팔봉비평문학상 본심 심사를 보는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 오생근 서울대 명예교수, 정과리(본명 정명교) 연세대 교수(왼쪽부터).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팔봉비평문학상 본심 심사를 보는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 오생근 서울대 명예교수, 정과리(본명 정명교) 연세대 교수(왼쪽부터).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조재룡의 ‘한 줌의 시’, 권성우의 ‘비평의 고독’, 장경렬의 ‘예지와 무지 사이’, 김형중의 ‘후르비네크의 혀’가 최종적으로 논의되었다. 네 권의 비평집이 모두 튼튼한 이론적 토대와 섬세한 비평적 감식안을 겸비하고 있었다. 특히 오늘날 한국 비평의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이론의 무분별한 남용의 위험을 벗어나 있는 고급한 비평집들이었다. 그만큼 한 권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다.

조재룡씨의 평론에서는 “고통과 상처의 말”을 품고 진리의 세계에 다가가고자 하는 비평가의 열정이 돋보였다. 다만 열정이 과도하여 세상의 모든 시를 끌어 안고자 하는 의지가 자칫 시적 가치들의 분별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권성우씨의 평론에서는 비평가의 자의식이 강렬하게 드러나고 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과 칭찬 못지않게 균형 있는 비판과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되새겨져야 할 것이다. 이 윤리적 태도가 텍스트에 대한 섬세한 공감에까지 이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장경렬씨의 평론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비평이론들을 알기 쉽게 풀이하면서 그것을 인생에 대한 통찰에까지 잇는 솜씨를 갖췄다. 한국문학의 여러 영역에 대한 폭넓은 관심도 좋은 덕목이라 할 것이다. 김형중씨의 비평은 정교한 이론적 세공을 통해 텍스트의 심부로 접근하여 썩 깊은 음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비평적 태도가 현실과 문학에 대한 치열한 긴장을 느끼게 하면서 문학 작품이 있어야 할 이유를 체감케 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장경렬씨와 김형중씨의 평론집을 두고 한참 대화하였고, 김형중씨의 ‘후르비네크의 혀’를 뽑기로 합의하였다. 문학 작품을 읽는 일의 황홀감과 비장함을 절실한 생체험으로 표출한 글의 힘이 특별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축하를 보내며 다른 책들 역시 한국문학의 소중한 이정표임을 새기고자 한다.

심사위원 김주연, 오생근, 김인환, 정과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