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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트럼프의 외교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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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트럼프의 외교 결핍

입력
2017.05.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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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북한을 전략적으로 연결 짓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해야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외교 정책의 일관성 비슷한 것이라도 읽어낼 수 있다. 화학무기 공격을 한 시리아 바사르 알 아사드 정권의 비행장에 대한 군사 공격을 예로 들어보자. 수십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처럼 단순히 풀기 어려운 시리아 내전에 더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만일까.

그 폭격만으로 외교정책 전반이 강성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 직후 미군은 트럼프로부터 작전 실행을 위한 ‘전권’을 부여 받아 미군이 가진 가장 강력한 비핵 폭탄이라는 공중폭발대형폭탄(MOAB)을 아프가니스탄에 터뜨렸다. 직접적인 목적은 이슬람국가(IS)가 사용하고 있는 터널망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오로지 그것만이 MOAB를 사용한 이유였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군사시설을 지하 깊숙이 설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는 미 해군 핵항모 전단을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 오바마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이 바뀌려는 것 같기도 하다. 트럼프는 오바마에 비해 하드 파워를 대담하게 보여주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외교적인 접근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 오바마 정부의 외교 담당자들을 내쫓은 뒤 한국, 일본 대사를 포함한 중요한 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외교는 거의 없고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처럼 군사적인 해결책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방향이 달라야 한다. 군사력은 외교를 돕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클라우제비츠가 지적한 대로 전쟁은 심각한 결말을 낳는 심각한 수단이다.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보자. 금세기를 전후해 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외교관이었을 리처드 홀브룩은 탈레반 세력과 협상을 하려고 했다. 모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대화하려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상당한 숫자가 그 제안에 응할 것이고 그렇게 진정 국면이 오면 극단적인 세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았다. 그는 로마 제국을 모델로 삼은 현명한 전략적 접근을 했다. 바로 ‘분열과 정복’ 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미군은 MOAB를 떨어뜨렸다. 트럼프 행정부도 오바마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일방적인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는 김에 MOAB를 몇 발 더 떨어뜨릴 수도 있다. 아사드 시리아 정권 제거라는 다른 전략 목표에서도 트럼프는 오바마와 일치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아사드가 제거되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반대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슬람 수니파는 정말로 무기를 내놓고, 성가신 극단주의를 떨쳐버리고, 민주 정부 아래의 생활과 자유와 행복 추구를 받아들일까.

그런 상황을 맞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아사드가 현재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나 이란을 포함한 강력한 동맹국의 지원을 받고 있고, 반대파는 절망적일 만큼 분열해 있다. 자유시리아군조차 여럿으로 쪼개져 통합 가망이 거의 없으니 정권을 전복시킬 가능성은 더 없다. 시리아 분쟁을 종식시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국이 아사드의 동맹국을 포함한 각국과 협의해 권력 분할과 지방 분권에 기초한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에 합의하는 것이다.

북한도 대책 없는 독재자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그러나 아사드와 달리 김정은은 언젠가 핵무기를 터뜨릴 수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지만 이 경우 역시 군사적인 접근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 대사관의 외교관들이 아니라 미군 사령관을 만나는 데 모든 시간을 썼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같은 사람은 북한이 미국에 도달하는 핵미사일을 개발하기 전에 지금 북한을 폭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북한이 그걸 한국으로 쏘는 것은 상관 없다면서 말이다. 그레이엄은 자신을 실용주의자라고 생각하지만 한미동맹의 토대인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

미국에서는 수 천만 명의 한국 국민을 심각한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그레이엄식 군사 행동에 찬성하는 사람은 드문 듯 하다. 김정은과 협상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하는 대신 핵ㆍ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핵 야망을 억제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

시리아와 아프간, 북한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트럼프 정부에는 심각한 외교적 도전이다. 그리고 포괄적인 외교전략 없이는 어느 것 하나 해결 불가능하다. 인생의 80%는 일단 부닥치고 보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후속 조치다. 고위 정책결정자의 비전을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지키는 정연한 전략으로 바꾸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그것은 군대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지프 코벨 국제대학장ㆍ전 국무 차관보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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