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하는 우리 국민과 외국 귀빈 여러분!

전국에 싱그러운 신록이 짙어지고 달콤한 꽃 향기가 넘쳐나는 5월에 저는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무한한 기쁨과 함께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먼저 아름다운 계절만큼이나 자비로운 축복이 여러분께 듬뿍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유라시아대륙과 태평양의 접점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작고 약한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열강과 비교하면 이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런 대한민국이 지금 대단히 힘든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안보불안이 높아지고, 경제성장과 정치개혁이 지지부진하여 청년실업과 사회갈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치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선도해야 마땅하거늘, 저간의 행태를 보면 오히려 위기를 조장한 듯한 인상마저 줍니다. 오랜 동안 정치에 몸담아온 저는 뼈저린 반성과 함께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정치가 본연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개혁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국민과 외국 귀빈 여러분!

대한민국은 크고 강한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지금 세계를 누비며 경제와 문화 등의 모든 분야에서 맹렬히 활약하고 있습니다. 외국에 거주하는 동포만도 700만 명이 넘습니다. 대한민국은 반만 년에 걸쳐 선조들이 건설해온 훌륭한 국가와 문명을 당당하게 계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된 지 불과 반세기 만에 굶주림에 허덕이던 나라를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독재와 권위에 물들었던 정치와 사회를 민주와 자유가 넘치도록 바꿔놓았습니다. 현대 세계에서 이렇게 짧은 기간에 경제와 정치를 한꺼번에 발전시킨 나라는 매우 드뭅니다. 물론 선진 여러 나라가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한 성과를 몇 십 년 안에 따라잡다 보니 폐단도 많이 쌓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적폐는 대한민국의 크고 강한 저력으로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저와 정부는 먼저 위대한 업적을 쌓아온 우리 국민과 힘껏 도와준 외국 귀빈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와 정부는 우리의 처지를 직시한 위에서, 종래의 성취는 더욱 발전시키고 쌓여진 폐단은 과감히 청산하여,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것을 다짐합니다. 저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는 지금부터 신들메를 조여 매고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극복하는 데 신명(身命)을 바치겠습니다. 저와 정부가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과 외국 귀빈 여러분께 도움을 요청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에 여러분께서는 기꺼이 저와 정부에 뜨거운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우리 국민과 외국 귀빈 여러분!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매우 위험합니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발사로 인해 남북의 대립은 물론 열강의 간여와 압박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초긴장의 상황은 자칫 잘못하면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의 평화와 공영을 무너트릴 수도 있습니다. 저와 정부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 귀빈 여러분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온 힘을 쏟겠습니다. 그리고 남북한을 비롯하여 동아시아가 평화공영의 길로 나아가는데 앞장서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민께는 고통과 인내를, 외국 귀빈께는 양해와 지원을 요청할 지도 모릅니다. 그 경우에도 여러분께서 망설이지 말고 저와 정부에 두터운 신뢰와 협조를 보내주기 바랍니다.

천지신명(天地神明)께서 저와 정부 그리고 우리 국민과 외국 귀빈 여러분께 평화공영의 미래를 함께 개척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를 베풀어주실 것을 간절히 바라면서 취임사에 갈음합니다. 저와 정부의 새 출발을 경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꿈이었다. 나라가 거덜 날 형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이 공짜로 퍼주겠다는 것이 하도 많아서 지레 배가 불러 소화불량에 걸렸다. 뒤척이다가 선잠에 든 바람에 개꿈을 꿨다. 내가 대통령 취임연설을 하다니 얼마나 가당치 않은가! 그런데 ‘취중에 진담’이라고, 개꿈일망정 풀어보면 이런 뜻일 게다. 대통령으로서 우리 국민과 외국 귀빈 앞에서 희대의 공적을 쌓겠노라고 기염을 토하기보다는 대한민국의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성심성의 껏 노력할 테니 너그럽게 감싸주고 도와주기 바란다고 겸손하게 부탁하면 좋겠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