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성 부회장 친정체제 구축
급식 사업이 매출 60% 이상 차지
中ㆍ베트남 등 해외 급식시장 진출
후계구도 새로운 국면
경영진과 갈등 빚고 떠난 구지은
3월 임시주총 소집 신청 訴 제기

지난 1월초 종합식품기업인 아워홈은 신성장동력 사업 발굴과 해외사업의 지속 성장을 천명했다. 구자학(87) 아워홈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60) 부회장이 지난해 6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새해 벽두부터 해외ㆍ전략사업부 신설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해외ㆍ전략사업부는 국내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 총괄 기획하는 신사업 부문과 글로벌 진출을 전담하는 해외사업 부문 등 2개 조직 체제로 운영한다. 이런 조직개편은 구본성 체제의 안착을 알리는 신호라는 분석이 많았다. 구 부회장은 아워홈의 최대주주지만 그간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었다. 그는 지난해 회사에 합류한 뒤 빠르게 입지를 넓혀 대표이사가 됐고, 올해 직속조직으로 해외ㆍ전략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 등을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아워홈은 LG유통의 푸드서비스 사업부가 전신인 종합식품기업이다. 2000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고,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이끌어왔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원식당을 시작으로 위탁 급식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아워홈은 식자재, 가정간편식, 외식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래도 여전히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부문은 급식이다.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한다. 아워홈의 급식 사업장은 전국에 약 900개에 달한다. 하루 평균 전국에서 100만끼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국내 식품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아워홈을 비롯한 식품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글로벌 영토확장에 나서는 이유다.

사실 아워홈은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위탁급식시장에 뛰어들며 해외시장 개척에 물꼬를 텄던 기업이다. 2010년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위탁급식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베이징, 난징, 광저우, 톈진, 옌타이 등 중국 10개 도시에서 30개의 위탁 급식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아워홈의 새 선장인 구 부회장의 진두지휘로 지난 3월 아워홈은 베트남 하이퐁에 첫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급식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하노이, 호찌민과 함께 베트남 3대 도시로 꼽히는 하이퐁은 교통의 요충지로, 특히 경제특구로 지정돼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이다. 아워홈은 중국에 이어 베트남 진출을 발판 삼아 2020년까지 해외사업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구 부회장의 또 다른 도전은 생수사업이다. 아워홈은 지난해 12월 ‘아워홈 지리산수’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생수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리산수는 협력사와 거래처 등 250여곳에 공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킬데’ ‘오로’ 등 세계 유명 브랜드 탄산수도 들여와 제품의 라인업을 갖췄다.

구 부회장은 또 ‘식자재 유통 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두고 지난해 동서울물류센터와 경남 양산2물류센터 등 거대 거점 2곳을 확보하며 유통 역량을 키웠다. 다거점 물류체계 구축이 기본 경쟁력이라 판단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구본성 부회장 체제가 안착해 순항하는 동안 아워홈의 자회사인 캘리스코도 최근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캘리스코는 구 부회장의 막내동생인 구지은(50) 전 아워홈 부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4월 구지은 대표 선임 이후 캘리스코는 사보텐 타코벨 등 외식브랜드의 신규 매장을 확대하고, 부실 매장 정리, 신규 사업 진출, 공격적인 마케팅 등 대대적인 혁신 작업을 벌였다. 지난해 매출 639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각각 19.7%, 4.1%의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캘리스코의 성장을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과 연결 짓는 외부 시선도 있다. 지난해 아워홈을 떠난 구지은 전 부사장이 캘리스코의 성공을 발판으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구 전 부사장은 아워홈 재직 당시 유력 후계자로 꼽혔다. 구자학 회장의 자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했고, 범 LG가문에서 보기 드문 여성 경영인인 그는 2004년 아워홈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12년간 경영에 참여했다. 구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구 전 부사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일부의 관측은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5년 구 전 부사장이 기존 경영진과 갈등을 빚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구 전 부사장은 2015년 초 CJ그룹 출신 인사를 영입해 경영진 물갈이를 시도하다 실패했다. 그가 영입한 인사는 6개월도 안돼 경질됐고, 구 전 부사장도 같은 해 7월 구매식재사업본부장에서 보직해임 됐다. 당시 구 전 부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을 모략질 만큼 열심히 했다면’, ‘일 안 하고 하루 종일 정치만 하는 사람들’ 등의 글을 올려 경영진과의 갈등이 있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월 구매식재사업본부장으로 복귀했지만 결국 2개월여 만에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나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상황에서 구 전 부사장은 지난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워홈의 임시주총을 요청하는 ‘주주총회소집허가 신청’을 제기했다. 임시주총의 안건은 이사 선임의 건으로, 10일쯤 1차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번 소 제기가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워홈은 구본성 부회장이 38.56%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며, 구지은 전 부사장이 20.67%를 갖고 있다. 구 전 부사장의 언니인 미현ㆍ명진 씨 지분은 각각 19.28%, 19.60%이다. 구 전 부사장이 두 언니를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일 경우 후계구도는 다시 요동칠 수 있다.

지난해 6월 구 부회장의 대표 선임으로 아워홈의 후계구도가 장자승계로 일단락 된 것으로 보였으나, 이번 소 제기로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 것이다. 지금까지 범 LG가에선 장자승계 원칙이 고수돼왔고 후계 승계 등이 잡음 없이 이뤄졌다. 아워홈의 후계 문제에 세인의 관심이 더 집중되는 이유다.

이성원 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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