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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선의 욜로 라이프] 미세먼지 먹는 반려 식물과 동거해 볼까?

입력
2017.04.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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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도 한철, 국화도 한철”이라고 했다. 꽃과 풀은 그렇게 덧없이 시들거나 죽고 말기에 마음 쏟지 않아도 그만인 존재였다. ‘반려 식물’로 인정받기 전에는. 초록 식물은 지친 시신경을 쉬게 하고, 상처 난 마음을 위로한다. 더구나 미세먼지와 유해화학물질을 먹어 치운다. 숨 쉬는 게 공포인 요즘, 이렇게 기특한 동무가 있을까.

플로리스트 마이스터인 강민희 '벤자민 & 데이지' 대표가 25일 식물 모아 심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플로리스트 마이스터인 강민희 '벤자민 & 데이지' 대표가 25일 식물 모아 심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식물을 죽이지 않는 법

생존율 0%. 기자가 사들인 실내 식물은 모두 죽었다. 공감하는 이가 많을 터다. 그래서 전문가를 만났다. 독일 국가 공인 플로리스트 마이스터인 강민희 벤자민 & 데이지 대표. 강 대표는 25일 “식물은 키우는 이의 성실함에 비례해 오래 산다”며 “실내 식물은 손이 많이 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식물을 죽인 건 무관심이었다는 얘기다.

강 대표가 일러 준 식물의 최소 생존 요건. 물은 화분 흙 표면에서 1㎝ 깊이까지 말랐을 때, 꽃에 물기가 없을 때 뿌리가 젖을 정도로 흠뻑 준다. 마시다 남은 물을 수시로 찔끔 뿌리는 건 독이다. 봄부터 가을엔 아침에, 겨울엔 기온이 올라가는 낮에 주는 게 좋다. 물과 빛만큼 중요한 게 환기다. 냉ㆍ난방비가 아까워서, 미세먼지가 무서워서 창문을 꽁꽁 닫아 두면 식물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할 것이다. 바람도 빛도 부족한 화장실에 둔 식물은 살아남기 어렵다.

분갈이 완성품. 토분에 모아 심은 제라늄과 오데코롱, 아이비, 애플민트가 어우려져 풍성한 멋을 낸다. 아래는 분갈이 재료. 식물과 화분, 분갈이용 흙, 모종삽, 물뿌리개, 화분 바닥에 까는 난석, 흙에 덮는 바트. 고영권 기자
분갈이 완성품. 토분에 모아 심은 제라늄과 오데코롱, 아이비, 애플민트가 어우려져 풍성한 멋을 낸다. 아래는 분갈이 재료. 식물과 화분, 분갈이용 흙, 모종삽, 물뿌리개, 화분 바닥에 까는 난석, 흙에 덮는 바트. 고영권 기자

분갈이할 때 아파트 화단이나 동네 공터의 흙을 쓰는 건 금물이다. 영양은 없고 세균과 벌레는 많은 산성 흙이다. 분갈이용 흙은 8ℓ에 1,000~2,000원으로 비싸지 않다. 큰 날치알 모양의 알갱이 영양제를 3, 4달마다 화분 위에 뿌려 주면 싱싱하게 자랄 가능성이 커진다. 관엽식물의 잎은 유해 물질을 빨아들이는 필터다. 부드러운 천으로 자주 닦아 주지 않으면 질식한다. 강 대표는 “벤자민은 되도록 한 자리에서 키워야 한다는 걸 모르고 자주 옮겨 놓다 죽이는 경우가 많다”며 “식물을 덜컥 사지 말고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식물+인테리어 = 플랜테리어

플랜테리어(Plant+Interior)는 실내를 간결하게 꾸미고 식물로 포인트를 주는 인테리어다. 곁에 둔 식물을 더 예쁘게 보는 방법이다. 강 대표는 “화분을 일렬로 늘어 놓는 대신 탁자나 의자 등 소품에 한두 개를 올려 놓아 리듬감을 주면 멋이 확 산다”며 “초록 식물을 주로 쓰고 꽃은 20~30% 두는 게 황금 비율”이라고 했다. 화분은 단순한 모양과 색을 골라야 실내 분위기에 녹아들고 식물이 돋보인다. 배수 구멍이 없는 유리 화분은 물 조절이 어려워 죽은 식물의 관이 되기 십상이다.

서울 연희동 '벤자민 & 데이지'의 플랜테리어. 고영권 기자
서울 연희동 '벤자민 & 데이지'의 플랜테리어. 고영권 기자

작은 집에 화분이 많으면 답답해 보인다. 벽이나 천장에 매달아 키우는 디시디아, 플렉수오사, 슈도, 수염틸란드시아 등 공중 식물(행잉 플랜트ㆍHanging Plant)이 대안이다. 유리병 같은 투명한 용기 안에 작은 식물을 심어 키우는 테라리움도 있다. 금붕어 키우듯 반려 식물 돌보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식물을 말려 죽일까 두려운 이, 게으른 이라면 자동 급수 화분을 알아보자.

이남숙 이화여대 에코학부 교수가 저서 ‘당신이 알고 싶은 식물의 모든 것’에서 알려 준 식물과 장소의 궁합. 거실에는 킹벤자민, 인도고무나무, 디펜바키아, 크로톤 등 덩치가 크고 잎이 무성한 공기 정화 식물이 좋다. 은은한 향이 나는 난초와 밤에 산소를 배출하는 다육 식물은 침실에 두자. 주방에 산호수, 베고니아, 거베라를 두면 음식 냄새와 조리할 때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빨아들인다. 베란다에선 외부에서 들어오는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스파티필럼, 파키라, 콜드크레스트를 키우자. 화장실에는 냄새와 암모니아를 흡수하는 관음죽, 안수리움, 호말로메나가 좋다. 테이블야자, 드라시나, 팔손이는 새집에서 나오는 유독 물질을 먹는다.

미세먼지, 정말 없어질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초록 식물이 공기를 맑게 하고 미세먼지를 빨아들인다는 건 그저 옛말이 아니라 팩트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1989년 우주 정거장 같은 밀폐된 공간의 공기 정화 방법을 연구하다 식물이 포름알데히드, 벤젠, 트라이클로로에틸렌 등 유해 화합물을 제거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후 ‘식물의 능력’에 대한 연구가 쏟아졌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식물의 미세먼지 제거 효능을 연구했다. 빈 방에 산호수와 벵갈고무나무를 4시간 뒀더니 미세먼지가 약 70% 줄었다. 이남숙 교수는 “식물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양이온인 미세먼지를 없앤다”며 “잎과 뿌리의 미생물이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이 오염물질은 광합성에 이용되거나 미생물이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식물이 건강에 좋다고 집안을 식물원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식물을 얼마나 많이 키워야 하는 걸까. 농촌진흥청은 “20㎡(약 6평) 거실 기준으로 키가 100㎝ 넘는 식물은 3.6개, 30~100㎝짜리는 7.2개, 30㎝보다 작은 건 10.8개를 둬야 공기 정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식물에 치일 정도는 아니다. 사무실 공간의 2%에 해당하는 정도의 식물을 두면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 실내 습도를 10% 올리려면 공간의 9%를 식물로 채워야 한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김도엽 인턴기자(경희대 정치외교학 3)

집이 좁다면 식물 소품을 활용해 보자. 투명한 용기에 작은 식물을 키워 키우는 테라리움(아래 세개, '나의 첫 테라리움'ㆍ한스미디어 제공)과 까사미아의 플랜테리어 소품들.
집이 좁다면 식물 소품을 활용해 보자. 투명한 용기에 작은 식물을 키워 키우는 테라리움(아래 세개, '나의 첫 테라리움'ㆍ한스미디어 제공)과 까사미아의 플랜테리어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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