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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미국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고?

입력
2017.04.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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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나는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외국 친구들로부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도대체 미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고. 여기 내 대답이 있다.

우선 지난해 미국 대선 결과를 잘못 해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몇몇 분석들과 달리 미국 정치는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았다. 물론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발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는 19세기의 앤드루 잭슨,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그리고 20세기의 휴이 롱과 조지 월리스 등이 사용했던 포퓰리즘 전통을 활용했다.

그렇다 해도 트럼프는 유권자 투표에서 힐러리 클린턴에 300만 표나 뒤졌다. 그러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3개 러스트 벨트(제조업의 사양화로 불황을 맞은 지역)에서 대중의 분노에 편승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들 주는 그 전에는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다. 거기에서 유권자 10만명이 달리 투표했다면 트럼프는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는 미국의 사회적ㆍ지역적 불평등의 현실을 보여준다. 프린스턴대학의 경제학자 앤 케이스와 앤거스 디턴에 따르면 대학을 못 다닌 백인 저소득층의 처지가 극단적인 불평등을 경험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보다 더 나쁘다. 1999년 대학을 못 나온 백인의 사망률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보다 약 30% 낮았지만 2015년에는 30%나 높았다. 한때 백인 노동자들이 고연봉을 받았던 제조업 고용률은 이제 12%에 불과하다. 그래서 종래 민주당 지지 백인 유권자들이 제조업 일자리를 다시 가져오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이끌렸다. 하지만 오바마의 건강보험법을 무력화하려는 트럼프의 시도는 그들의 삶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트럼프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의 시도 때도 없는 트윗과 터무니 없는 왜곡에 많은 사람이 불쾌해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베테랑이다. 그는 거기서 성공의 열쇠가 시청자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것이고 극단적 언어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는 트위터로 어젠다를 정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킨다.

세 번째는 정상 행동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권자 투표에서 패배한 대통령은 추가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의 중심으로 옮겨가려 한다. 그와 달리 트럼프는 자신이 유권자 투표에서 이겼다고 선언했고 실제 이긴 것처럼 행동한다. 트럼프는 국방부 국무부 국토방위부에 온건파를 임명했지만 환경보호청과 보건사회복지부에는 공화당의 극단주의자를 선택했다. 백악관 참모는 실용주의자와 이념주의자로 나눠진다.

네 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국의 제도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무솔리니처럼 위험한 나르시시스트냐고 묻는 친구들이 있다. 나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대답한다.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무솔리니가 쿠데타를 일으킨 1922년의 이탈리아가 아니다. 미국의 정치 엘리트들은 자주 대립하지만 실은 미국의 설립자들도 그랬다. 그들은 미국 헌법을 구상할 때 정부의 화합보다 견제와 균형으로 정치적 파워를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트럼프 체제는 아직 초기다. 우리는 중대한 테러 등 나중에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미국 4대 대통령 매디슨이 의도한 것처럼 법원과 의회와 각 주는 지금까지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왔다.

마지막으로 내 친구들은 이 모든 것이 미국의 외교 정책과 1945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자유질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는다.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트럼프의 등장보다 중국의 부상을 덜 걱정한다.

미국 대통령들이 무임승차에 불만을 표시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미국은 안보, 안정적인 국제 준비통화, 비교적 개방된 시장, 그리고 지구촌의 공유재산 등 세계의 핵심 공공재를 공급해왔다.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번창해왔고 가난은 감소해왔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은 다국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 중국 유럽 일본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는 70년의 미국 동맹 시스템에 의문을 야기한 주요 정당의 첫 후보였다. 1월 취임한 뒤 트럼프와 그가 임명한 각료들의 발언은 그런 의문을 계속 갖게 한다. 결국 미국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는 크게는 미국이 60개 동맹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중국의 동맹은 소수다).

그러나 세계 경제와 지구 공동재산을 관리하는 다국적 제도의 안정성은 훨씬 불확실하다. 트럼프의 예산 책임자는 하드파워(군사력이나 경제력 등으로 상대의 행동을 바꾸게 하거나 저지할 수 있는 힘) 예산을 마련하려면 국무부와 유엔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관리들은 다국적 무역거래를 공정하고 균형 있는 상호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트럼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오바마의 노력을 거부하고 있다. 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친구들을 안심시키고 싶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렇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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