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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40%가 R&D인력… “5년 내 글로벌 톱3 제약장비 업체로”

입력
2017.04.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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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 깐깐한 요구 맞추며

선진국 제품 대비 가격 20% 수준

80개국 수출 세계 시장 10위권

“2% 부족한 기술력도 따라잡자”

올해 매출 20% 확대 공격적 목표

우리가 먹는 약은 생각보다 복잡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제약회사는 약 효능에 따라 알약(고형제)으로 만들지, 캡슐에 약 분말 가루를 넣을지 고민한다. 또 온도와 습도 등 제조 환경에 따라 약 효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약기계 내 환경을 엄격히 통제해 약을 생산한다. 만들어진 약의 무게를 확인하고 불량 여부를 검사해 내는 것도 약 제조 과정의 주요 업무다.

이러한 제약 생산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건 바로 첨단화된 제약장비다. 제약회사들이 약 특성에 맞춰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제약장비를 구입하는 추세가 늘어가는 이유다.

국내 대표 제약장비업체인 세종파마텍은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까다로운 주문 요구를 그대로 맞춰 제조장비를 납품하는 업체다. 국내 시장은 이미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세계로 수출 시장을 넓히며 글로벌 제약장비 10위권 업체로 부상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 세종파마텍 본사에서 만난 박남규 대표(66)는 “향후 5년 내 독일 보쉬나 페테와 같은 글로벌 톱3 제약 장비업체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며 “세종파마텍의 살길은 수출시장 개척에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파마텍이 만든 고형제(알약) 생산기계 벤틱스. 시간당 약 31만 정의 알약 생산이 가능하다.
세종파마텍이 만든 고형제(알약) 생산기계 벤틱스. 시간당 약 31만 정의 알약 생산이 가능하다.

세종파마텍은 현재 세계 80여 개 나라로 제약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1993년 창립한 회사는 올해 수출 3,000만 달러 돌파도 눈앞에 뒀다. 뛰어난 수출실적에 중소기업청이 지정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에 두 번이나 선정되기도 했다.

세종파마텍이 설립되기 전인 1980년대 우리나라 제약업계는 사람의 손으로 약을 만들어 파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똑같은 약인데도 질량이 다르거나, 들어가야 할 재료가 빠지기도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자주 일어났다.

박 대표는 “당시에도 외제 제약장비가 있기는 했으나 비싼 가격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이 투자를 제대로 못했다”며 “일본제나 독일제 같은 품질을 보장하면서도 가격을 낮춘 제약장비를 만들어보자는 게 회사 창립 이유였다”고 말했다.

별다른 기술력이 없었던 세종파마텍은 초창기 해외 유명 제약제조기를 분해하며 기술을 습득해 갔다.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세종파마텍이 만든 제약제조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ㆍ외에서 품질 인증을 받으며 고객사를 확보하기 시작한다.

박 대표는 “수백년 역사를 가진 해외 유명 제약장비 업체의 기술력에는 아직 2% 부족하지만 장비 가격은 그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 나머지 2%의 부족한 기술력도 따라잡는다는 목표로 생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 기술력이 없었던 세종파마텍이 세계 시장에 제약장비를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연구개발(R&D)이 있어 가능했다. 이 회사가 R&D에 얼마나 투자를 하고 있는지는 직원 구성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박 대표는 “전체 직원이 100명이 조금 넘는데 연구개발 인원만 40명 가까이 된다”며 “연구개발만이 세계시장에서 살 수 있는 길이라 믿고 지금도 매출의 5% 정도를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파마텍의 연구개발실과 그 직원들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또한 남달랐다. 박 대표는 “복잡한 제약장비 업체를 연구하는 우리 R&D실 직원들은 웬만한 기계장비는 손쉽게 다룬다”며 “우리 연구직원들을 다른 업체서 스카우트 해가려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세종파마텍의 매출 목표를 전년대비 20% 이상 늘어난 420억원으로 다소 공격적으로 잡았다.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월드클래스 300’기업에 선정되기 위한 자격 조건이 매출 400억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월드클래스 300기업에 선정되면 향후 5년간 75억원의 R&D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며 “이 자금은 세종파마텍이 글로벌 톱3 제약장비업체로 도약하는 데 든든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 확보와 함께 세종파마텍이 추진하는 또 다른 사업 과제는 의약품 외 식품 제조 기계로의 외연 확대다.

박 대표는 “의약품이나 식품이나 모두 사람이 섭취하는 것이니만큼 안전성 등에서 기술을 확보한 우리가 외연을 넓힐 수 있는 부분”이라며 “포화된 국내시장에서도 식품 등 새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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