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바른 ICT연구소장
VR기기 접촉면ㆍ활동공간 등
정부에 안전기준 필요성 제기
“지역별 와이파이 편차 심각”
정보격차 해소에도 공 들여
김범수 바른 ICT연구소장이 서울 신촌 연세대 안에 마련된 연구소에서 연구소 설립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바른 것이 빠른 것보단 ‘돈’이 안 되는 게 요즘 세상이잖아요. 그래도 이런 연구소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 연구소의 목표는 2020년 세계가 인정하는 융합정보통신기술(ICT) 연구소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ICT 고도화에 따른 정보 격차와 인터넷 중독 등 과몰입,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바른 ICT연구소’. 2014년 창립 30주년을 맞은 SK텔레콤이 ICT의 부정적 측면 해소에 기여하겠다며 2015년 4월 연세대와 만든 산학연구기관인 이곳이 요즘 제대로 성과를 올렸다.

최근 사용자가 늘고 있는 가상현실(VR) 기기의 개발자와 사용자를 상대로 연구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정부가 제정 중인 공식 VR기기 안전기준의 모태가 된 것이다. 규제를 하나라도 더 풀어달라고 할 민간이 먼저 나서 안전기준 필요성을 정부에 제시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이례적 사례다.

초보 단계인 현 VR기기들은 인체친화적이기보단 그 성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연구소의 가이드라인은 쉽게 눈에 피로가 오거나 접촉면의 가려움증, 장시간 사용시 두통 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몸을 마구 움직이게 되는 VR기기는 별도의 공간마련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이 역시 정부가 안전기준을 만들어놓지 않을 경우 사고 위험이 크다.

김범수(50ㆍ연세대 교수) 바른 ICT연구소장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만들 때 길에서 주변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스몸비(smombie)가 사회문제화 될지 몰랐을 것”이라며 “이런 문제는 미리 대응해야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인 스몸비는 스마트폰에 빠져 외부와 단절된 채 좀비처럼 사는 사람으로, 2015년 독일에서 처음 제시돼 전 세계로 확산된 신조어다.

연구소는 VR기기 등 앞으로 대중화될 기기에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사전 예방만큼이나 정보 격차 해소에도 공을 들인다.

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6,090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상대적으로 와이파이(Wi-Fi) 사용이 용이한 수도권의 경우 주당 모바일 인터넷 사용 평균시간이 31시간을 넘었다. 29시간에 조금 모자라는 비수도권의 평균시간에 비해 2시간이나 많았다. 특히 면적당 와이파이존의 수는 가장 많은 서울이 100개소인 반면, 2위인 부산은 21개소에 불과했다. 심지어 강원지역은 0.32개소 뿐이었다.

김 소장은 “지역별 와이파이존 설치 편차가 심각한 만큼 새로운 와이파이존을 신설할 때는 통신사의 수익성뿐 아니라 지역간 정보격차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바른 ICT문화 구축에 기여하는 세계적인 연구소로 발돋움하겠다는 이들의 ‘발칙한’ 도전은 뜬구름 잡기가 아니다. 연구소는 창립 2주년인 이달까지 연구논문 20여 편을 발표하고, 국제 콘퍼런스를 포함한 세미나를 40여 회 개최하며 국내외 어느 연구소보다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김 소장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다른 주요국들도 이 분야는 다같이 시작단계거든요”라며 “이미 슬슬 해외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니까요”라며 웃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