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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전략적 자율성’ 시대의 안보전략

입력
2017.04.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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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 배제 않아

압박 일변도가 최선책인지 고민해야

민간교류 통한 중층전략 가능성은?

4월 7일 전격적으로 단행된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글로벌 안보전략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미ㆍ중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시기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이익이나 가치에 어긋난다면, 주요 동맹 및 우방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같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 언제든 단독으로 적대세력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음을 세계에 알렸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라면, 미국 주도의 군사력 사용이 민간인 피해를 부를지 여부, 주요 동맹 및 우방국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여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단독 군사행동에 신중을 기했을 것이다.

전임자와 사뭇 결이 다른 트럼프의 안보전략 예봉은 한반도에도 향해질 수 있다. 핵 및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 국제사회에 도전하는 북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에서처럼 선제적 군사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본 요코스카에 상시 배치된 항모 로널드 레이건에 더해 호주로 향하던 항모 칼빈슨이 한반도 해역으로 회항하고 있다. 괌과 오키나와에 배치된 미 전략폭격기 등은 언제든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응할 태세를 갖춰 두고 있다. 만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전격적 군사 옵션을 선택할 경우, 한국은 어떤 판단기준에 따라 대응해야 할 것인가. 역으로 오히려 북한이 미국 측의 움직임을 오판해 위험한 군사행동을 먼저 취할 개연성은 없는 것인가. 시리아 폭격 이후 전개되는 미국의 아태지역 군사태세는, 한국에 대해 이 같은 전략적 난문을 던지고 있다.

박근혜정부 시기에 책정된 대북 전략은 한미동맹하에서 미국 주도에 의한 대북정책 추진을 용인하는 방향이다. 외교부가 표방한 대북 3축 정책은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 한미동맹을 통한 군사적 압박, 북한 인권문제 거론을 통한 국제사회 차원의 압박을 기조로 하였다. 국방부가 밝힌 대북 3축 체제는 킬 체인 구축,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 구축, 그리고 적 지휘부 마비 작전 등 군사적 강압정책이 주요 내용이다. 이런 압박 일변도의 대북 정책은 핵 및 미사일 개발을 강행하는 북한에 대한 억제태세 강화 차원에서 불가피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이런 대북 전략이 한국의 국가이익 구현에 최선의 방안인지, 혹은 다른 방식에 의해 국가전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를 철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트럼프정부 등장 이후 전개되는 국제안보정세의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전략적 자율성’ 개념을 공유, 자국의 자체 안보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한미동맹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스스로의 안보능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의 강점을 살려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전략도 강구해야 한다.

남북 간 민간접촉 확대를 통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안이 그런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모처럼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평창에서 개최된 대회에 참석했고, 한국 여자축구선수들은 평양에서 북한 선수들과 경기를 했다. 이런 민간 스포츠 및 문화 교류가 한국 시민사회의 발전된 현실을 북한에 전파, 폐쇄사회의 내부 변화를 초래하는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마침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보좌관에 기용된 맥 매스터 장군은 이라크 전쟁 수행 당시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대테러 및 안정화 작전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는 대반란전 전략을 수립한 전략가이기도 하다. 이런 미국 안보팀과 더불어 한미동맹을 통한 강력한 대북 억제태세 강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민간 차원의 다양한 교류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고, 그를 바탕으로 북한 사회를 내부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런 중층적 대북 전략이 ‘전략적 자율성’ 시대에 국가안보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한반도 정세를 우리 주도에 의해 안정화시키는 유효한 방안일 수 있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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