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주장 근거 없어
장애인 위험행동 걱정도 기우
1996년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지적 장애 특수학교인 밀알학교 건축이 시작되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사진). 하지만 이제 주민들은 밀알학교 콘서트홀에서 정기적으로 무료 음악회를 즐기고(오른쪽 위 사진) 도예실에서 취미활동을 하며(오른쪽 아래 사진), 자원봉사까지 하는 등 밀알학교를 적극 활용ㆍ지원하고 있다. 밀알학교 제공

1996년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지적 장애 특수학교인 밀알학교 건축이 시작되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설립 반대 시위를 벌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밀알학교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원하는 이들이 바로 주민들이다. 주민들은 학생들의 수업이 없을 때 체육관과 운동장, 강당, 세미나실 등을 각종 모임장소로 사용한다. 인근 유치원생들과 삼성의료원 직원들은 매주 학교에서 체육활동을 하고, 도예실에서 취미활동도 한다. 교내 미술관과 콘서트홀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무료 전시ㆍ공연이 열리고, 경로잔치도 연다. 학교와 지역주민 간 교류가 잦아지면서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주민들도 많아지고 있다. 김용한 밀알학교 교감은 "이제는 '방학 때면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주민들이 있을 정도로 인식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대전 동구 가오동의 지적 장애 특수학교인 혜광학교는 ‘담장 없는 학교’로 유명하다.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2006년 학교 담장을 허물고 공원을 조성했다. 이후 학생들의 진로직업 교육을 위한 학교기업의 일환으로 카페까지 만들면서 혜광학교는 주민들이 쉬면서 여유를 즐기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어느 지역이든 특수학교 설립을 반기는 곳은 없다. 반대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며, ‘장애 학생들의 우발적인 행동이 무섭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최근 전국 167개 특수학교 인접지역과 비인접지역의 2006~2016년 땅ㆍ주택ㆍ아파트 가격을 변화를 비교해본 결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특수학교와 가까운 곳의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른 지역도 있었다. 또 장애학생이 타인에게 위험 행동을 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특수학교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기피시설이 아니라 오히려 주민 선호시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수학교는 일반학교보다 체육관 강당 공연장 등의 시설이 좋을 뿐 아니라, 저녁까지 학생들이 머무는 일반학교와 달리 오후에 모두 하교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남도교육청은 내년 논산시의 특수학교 개교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이런 점을 충분히 설명해 큰 반대 없이 설립을 추진할 수 있었다. 백옥희 충남도교육청 유아특수복지과장은 “주민 대부분은 특수학교에 대해 잘 몰라서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행정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최대한 많은 주민들을 만나 특수학교가 기피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꾸준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충남도교육청은 주민들이 이미 운영중인 다른 특수학교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 설계도 등을 주민과 공유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반영하는 등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박재국 부산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특수학교가 오히려 좋은 시설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주민들의 반대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과 공간이 많은 특수학교는 오히려 선호시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의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적절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역이 설립 전에는 반발하지만, 학교가 지어진 후에는 오히려 만족도가 높아진다”며 “앞으로 특수학교 신설 시 수영장 도서관 등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상생하는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대전 동구 가오동의 지적 장애 특수학교인 혜광학교가 운영하는 카페 '뜰'(왼쪽 사진). 지난 7일 지역 주민들이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 혜광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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