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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중 심한 잠꼬대ㆍ발길질한다면…혹시 파킨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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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중 심한 잠꼬대ㆍ발길질한다면…혹시 파킨슨병?

입력
2017.04.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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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불청객’ 연평균 8%씩 늘어, 10년 새 2.5배 늘어

파킨슨병은 환자의 90%가 60대 이상이어서 ‘황혼의 불청객’으로 불린다. 하지만 초기 증상을 잘 알지 못해 5~6년씩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파킨슨병은 환자의 90%가 60대 이상이어서 ‘황혼의 불청객’으로 불린다. 하지만 초기 증상을 잘 알지 못해 5~6년씩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파킨슨병.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파킨슨병.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40세 이상에서 이유없이 손발 떨림 외에 잠자면서 심한 잠꼬대나 발길질을 하거나 후각 기능이 떨어지거나 변비가 심해진다면? 한 번쯤 파킨슨병을 의심하라는 게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학계에 처음 보고한지 올해로 200주년이다. 파킨슨 생일인 4월 11일을 ‘파킨슨병의 날’로 정해 이를 기념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뇌 신경세포의 운동신호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ㆍ저장하는 신경세포가 급격히 줄면서 발병한다. 60세 이상에서 인구의 1% 정도가 환자로 추정된다.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ㆍ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급속한 고령화로 환자가 2004년 3만9,265명에서 2016년 9만6,499명으로 10년 새 2.5배 늘었다. 환자의 90%가 60세 이상이어서 ‘황혼의 불청객’으로 불린다. 김희태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회장(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파킨슨병은 연평균 8%씩 늘고 있지만 증상을 잘 몰라 5~6년씩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환자의 90%가 60대 이상…지병ㆍ노환 치부

파킨슨병은 손이나 몸 떨림, 운동 능력 저하, 근육 강직, 보행장애 등과 같은 전형적인 운동장애 증상뿐만 아니라 소변장애, 변비, 불면증, 후각ㆍ미각 저하, 우울증 등 비운동 증상도 잘 관찰해야 한다.

파킨슨병을 확실히 알아내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로도 이상 소견을 찾을 수 없다. 이 병으로 발생하는 뇌의 변화는 오로지 부검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파킨슨병 진단은 환자의 병력ㆍ증상ㆍ진찰소견 및 치료에 대한 반응 등을 의사가 직접 보고 듣고 묻고 살핀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파킨슨병 4대 증상은 손발이 이유 없이 떨리는 ‘진전(震電)’, 몸의 관절이나 근육이 굳는 ‘경직’, 몸의 움직임 전반이 느려지는 ‘서동(徐動)’,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걸음이 불편해지는 ‘보행장애’다. 하지만 증상이 다양해 환자의 70%가 뇌졸중으로 오인했다는 보고도 있다.

학회가 지난해 5대 대학병원 신경과를 찾은 파킨슨병 환자 490명을 조사한 결과, 52%가 평소 파킨슨병 증상이 있었음에도 ‘그 때(진단 전)는 파킨슨병인지 몰랐다’고 답했다. 25%만 본인이 알아차렸고, 23%는 가족이 인지했다.

증상이 초기에는 심하지 않아 이를 노화현상을 치부하다 병을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위 사람들에게 ‘굼뜨다’, ‘멍하다’, ‘힘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손발이 떨리고, 몸이 느려지고, 팔다리가 굳어진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정기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깊은 잠을 자면서 자신도 모르게 심하게 잠꼬대를 하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 수면행동장애가 있다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며 “특히 노년기에 수면행동장애가 있으면 5~10년 뒤 상당수가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등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을 앓을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환자는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도 2배 가량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 환자의 마음건강에도 신경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직접 운동ㆍ변비 치료가 최선의 치료”

파킨슨병은 발병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데다, 한 번 죽은 신경세포는 재생되지 않아 일단 발병하면 완치하기 힘들다. 그러나 꾸준히 운동하고 약물치료로 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상당히 호전시킬 수 있다.

치료는 뇌 속에 부족해진 도파민을 약물로 보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약물치료는 도파민 전구약물(레보도파)가 주로 쓰인다. 체내에 들어가면 도파민으로 바뀌어 환자의 운동장애가 호전된다.

이 약은 투여한 뒤 2~3년 동안은 효과가 매우 좋다. 그래서 ‘허니문 기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약도 한계가 있어 3년 이상 약을 먹으면 같은 양을 먹거나 복용량을 늘려도 약효 발현시간이 짧아진다. 게다가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춤추듯 몸을 흔들게 되는 ‘이상 운동 항진증’이 나타나기 쉽다. 떨림, 경직, 통증 등의 증상이 빈번해지고, 불안장애 공황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뇌 조직 일부를 수술로 제거하거나 도파민 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잘못 작동되는 신경회로에 가는 전극을 꽂아 열을 가해 오작동을 막는 뇌심부자극술(DBSㆍDeep Brain Stimulation)을 받아야 한다. 이명식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은 머리에 작은 구멍을 뚫은 다음에 가느다란 전선을 뇌 시상하핵 부위에 넣어 전류로 자극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2000년 강남세브란스병원ㆍ세브란스병원에서 아시아에서 처음 시행한 이래 보편화됐다.

김종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놀랍게도 파킨슨병은 새로운 약이나 수술이 아니라 직접 운동하는 것과 변비를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며 “병 악화를 막으려면 꾸준히 운동하고 변비가 생기지 않게 식생활에 유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파킨슨병 4대 증상>

<자료: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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