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1세

'성탄제'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김종길 시인이 1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탄제’로 널리 알려진 원로 시인이자 영문학자인 김종길(본명 김치규)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가 1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1926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이 입선하며 등단했다. 감각적인 이미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유가적 정신성이 조화돼 품격을 지닌 시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9년 펴낸 첫 시집의 표제이자 시인의 대표작인 ‘성탄제’는 성탄절 무렵 도시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 아버지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옛 것이라곤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70년 동안 시 인생을 보냈지만 과작(寡作) 시인으로 통한다. 시집으로 ‘성탄제’, ‘하회에서’(1977), ‘황사현상’(1986), ‘천지현황’(1991), ‘그것들’(2011) 등을 냈고 ‘진실과 언어’(1974), ‘시에 대하여’(1986) 등 시론집도 펴냈다.

고려대 영문과 교수를 역임하고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고려대에 34년간 재직하며 현대 영미시와 시론을 소개하고 한국 현대시를 번역해 영미권에 알리는 데도 힘썼다. 목월문학상, 인촌상, 청마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등을 받았고 국민훈장 동백장과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고인은 지난달 21일 부인 강신향씨를 먼저 떠나 보내고 힘들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으로 선국(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선민(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 등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고대안암병원, 발인은 4일 오전 8시30분이다. (02)923-4442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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