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수사 마무리되며 커지는 사퇴론
전례에 비춰 시기 만 남은 문제
마지막으로 검찰 위한 길 선택해야

대통령을 넘어선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검찰이 업보의 시간을 맞고 있다. 마지막 화살은 김수남 검찰총장을 향하고 있다. 과거 권력을 겨눈 수사는 총장 사퇴로 마무리되곤 했다. 임채진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 사건 뒤에 물러났고, 이명재 총장도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 수사 이후 사표 파동을 겪었다.

이전 총장들의 사퇴 이유는 지금에 비해 사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김 총장을 도마에 올려 칼질하는 이들도 하필 검찰이 친정인 정치인들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금 검찰이 딱 한 명의 눈치를 본다고 했다. 딱 한 명이란 차기 권력이 유력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로 짐작된다. 공안검사 출신의 삼박(삼성동 친박) 김진태 의원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구속하면서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도리가 아니란 도착된 의리론을 들고 있다. 여기에 조응천 의원은, 법과 원칙을 말하는 김 총장에게 그 법이란 ‘청와대 가이드라인’이고, 원칙은 ‘고무줄 수사’라며 아예 비수를 꽂았다.

김 총장 사퇴론에 반대한 박범계 의원은 일단 수사를, 무엇보다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구속하는 수사를 마쳐야 한다고 말해, 긴 뉘앙스를 남겼다. 차기 정권에 피 묻지 않게 한 뒤 물러나라는 요구인 셈이어서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미운 ‘말리는 시누이’인 격이 됐다. 이런 저런 말이 많아질수록 김 총장이 느낄 거취 결정의 압박은 커진다. 노무현 정부 때를 돌아보면 김 총장이 올해 12월까지인 2년 임기를 채우기 힘들어 보인다.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하자 김각영 총장은 재신임 요구를 받았다. 사법시험 11년 후배인 강금실 법무장관의 지휘를 받으며 버티던 차에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대통령이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불신하자 결국 사표를 냈다.

이번 새 정부 출범까지 남은 시간은 40일. 김수남 총장도 버티면 유사한 전철을 밟을 게 당연해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에서 전도된 법과 원칙을 자주 봐 왔다는 목격담들도 적지 않다. 작년 9월만 해도 김수남 검찰은 미르ㆍK스포츠 재단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했는데, 권력형 사건이 아니라 일반 고소ㆍ고발 사건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때 문고리 3인방의 비위를 경고했어도, 최순실씨가 권력서열 1위란 진술을 따라가만 봤어도 우병우씨가 민정수석이 되거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진 않았을 것이란 비판이 설득력이 없지 않다. 한 검찰 고위 인사는, 이번 대통령 수사는 검찰의 손만 빌린 것일 뿐이고 언론이 사건도, 증거도 다 가져다 주었다고 했다. 대통령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한 마당에 검찰을 향한 여론의 시선이 차가운 건 이런 까닭에서다.

김 총장이 그만둘 이유가 적지 않아 보이는 지금 그의 고민은 시기일 것이다. 김 총장이 조기 사퇴를 결정하면 결단이란 평가를 받고,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는 모습이 검찰 조직에도 여론의 온기를 느끼게 할 수 있다. 반면 법무장관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대행체제가 되면 다가오는 검찰개혁의 파고를 어찌 넘어설지는 숙제다. 검찰 조직으로선 총장 사퇴가 검찰개혁으로 이어질 상황에서 그것이 세월호 참사 대책처럼 또 다른 해경 해체가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 새 장관이 들어선 이후 김 총장이 사퇴하는 게 맞는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이 어떤 시기를 선택하든 그것이 틀린다고 할 수는 없고, 그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총장이 사퇴 결심과 함께 한가지 더 고민할 일은 검찰의 독립은 제도보다는 이를 운용하는 권력과 사람에 달렸다는 점을 경고하는 일이다. 과거 권력형 비리를 단죄하던 대검 중앙수사부는 정치 편향성 시비 끝에 폐지됐다. 그 대안으로 특수부가 강화됐지만 최순실 수사처럼 ‘호랑이’ 잡는 데는 실패했다. 워터게이트 이후 미국 의회는 검찰의 독자적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30여개 법안을 4년간 논의해 1978년 독립검사제를 한시법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검찰이나 수사의 신뢰는 사람에 달렸다는 결론 속에 1999년 법의 시효를 연장하지 않고 폐지했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tg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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