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30일 영장심사 출석 배경

전직 대통령 첫 불명에 불구
“적극 소명해 막을 건 막겠다”
朴측, 檢과 치열한 공방 예고
12만여쪽 수사기록 검토 박차
법원도 인근 통제 범위 등 비상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에 나오기로 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인 치욕을 감수해가며 재판에 앞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마지막 기회를 선택한 것이어서 심문과정에 검찰과 변호인단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통령 측은 27일 영장이 청구된 뒤 영장실질심사 출석 여부를 놓고 이틀째 고심을 거듭했다. 출석 시 ‘피의자’ 신분으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 대중들에게 불명예스러운 모습으로 각인될 수 있고, 불출석하면 마지막 소명 기회를 포기하고 서면심사만으로 대체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영장발부까지 각오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대변인 손범규 변호사와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다른 변호사들은 전날에 이어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 심사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전격적인 영장심사 출석 의사 표시는 벼랑 끝에 선 박 전 대통령의 처지를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18일전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당시 재판부는 검찰과 특별검사팀의 소환 불응 등을 들어 법치주의 무시와 함께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는 호된 질타를 했다. 박 전 대통령으로서도 파면 이후 ‘민간인’으로 내려온 자신의 신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여론의 동향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소환조사 때부터 “적극 소명해 막을 건 막겠다”는 기조를 유지한 점을 고려하면 영장심사에 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원에는 비상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문을 위해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청사 인근 통제 범위를 고민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록이 방대해 통상 구속영장 청구 이틀 뒤 잡던 심문 기일을 사흘 뒤로 잡았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영장청구 사건과 관련된 기록을 최종 확인한 결과 500쪽짜리 기록이 220여권에 이르고 이는 12만여 쪽에 해당한다”며 “기록 검토를 위한 절대적 시간이 이틀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영장 전담 판사가 기일을 3일 뒤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사상 첫 전직 대통령의 심문 출석에 따라 경호 문제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가 의무화(2008년)되기 전에 구속수사를 받아 서류 심사만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박 전 대통령의 출석으로 지지자 등이 법원 일대에 몰려 혼잡을 빚을 것에 대비해 경호 인력 배치와 청사 주변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 출석 절차와 관련해 청와대 경호실 등과 사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하루 전 심문용 구인장을 발부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로 한 이상 심사를 마친 뒤에는 서울중앙지검 구치감 또는 인접한 서초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 장소는 실질심사가 끝날 무렵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초경찰서는 각각 회의를 열고 박 전 대통령 수감에 대비하고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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