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번 웨이스 ‘궁극의 자전거 매뉴얼’

자전거는 결국 두 발로 굴러간다. 느긋하게 오래 즐기는 자가 이긴다. 행성B잎새 제공

“자신들이 쥔 도로의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산업 복합체는 운전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틈만 나면 라이더들에게 헬멧을 착용하라고 떠드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전적으로 라이더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중략) 효과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플라스틱 헬멧을 쓰라고 자꾸 떠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모두의 안전을 위한 사회 기반 시설을 현대화하는 것, 혹은 자동자 운전자의 책임을 다시 논의하는 것보다 더 쉽기 때문이다.”

푸하핫. 군산복합체에 이어 자동차산업복합체란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라이더들이여 자동차산업복합체를 해체하는 ‘헬멧 혁명’을 이루자!”라고 외친다면 바보다. 헬멧은 안전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궁극의 자전거 매뉴얼’은 뉴욕의 자전거 파워 블로거 에벤 웨이스의 책이다. 자전거의 역사에서부터 기초, 관리, 수리, 타는 법 등 모든 걸 차근차근 설명한다. 쏠쏠한 정보가 있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일러주면 재미가 없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이름이 ‘바이크 스놉(Snob) NYC’다. 스놉(속물)이란 말을 거침없이 쓸 정도니 ‘멋진 진보 포즈’를 즐겨 취하는 미국 동부의 관념적 취향이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 그 덕에 자전거 인구 1,200만명이 넘어간다는, 자동차가 아니라 자전거 충돌 사고가 나도 “이게 얼마짜린데…”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할 정도로 기백만원짜리 자전거들이 자전거 도로 위에 흘러 넘치는 우리 상황에 참고할 만하다.

가장 큰 매력은 앞뒤 가릴 것 없이 내갈기는 명쾌한 독설들.

자, MTB라 불리는 산악자전거. “필요도 없는 서스펜션 때문에 마치 공이 튀어 다니 듯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를 다니느라 에너지를 소모하는 산악 자전거 초보자들이 얼마나 많은 지 알면 놀랄 것이다.” 사놓고는 제대로 된 산에 가지도 않는 이가 태반이니 샥이, 서스펜션이 어쩌고 얘기하는 게 다 부질없다는 소리다.

로드 자전거는 어떤가. 마니아들의 주된 대화주제는 부품 뭐를 바꿨더니 무게 몇g을 줄였다, 프레임 소재가 카본인데 카본 중에 어떤 거냐, 기어비 조정했더니 오르막이 좀 더 쉬어졌다 같은 것들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멀리 달리기 위한 노력이다.

웨이스의 답은 간단하다. “진정 무게를 줄이고자 한다면 살을 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프레임 소재는 주행능력에 도움 주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타이어의 폭과 공기압이야말로 자전거의 주행능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더 빨리 달리고 싶다면 빠르게 페달을 밟아라. 페달을 더욱 밟아대면 더 빨라지기 마련이다.” 끝.

200만원대 자전거가 ‘입문용’이라는 시대다. 나름 큰 돈이라 어떤 자전거를 고를 것인가 고민할 때 “1,000만원짜리 이하는 어차피 다 비슷하니 아무 거나 타라”는 대답이 나오는 시대이기도 하다. 심술궂은 웨이스라면 아마 이렇게 맞받아칠 것이다.

“라이더들이여, 입 닥치고 안장 위에서 만날 지어다. 1,000만원짜리 자전거 빨리 타봐야 어차피 우리가 들이키는 건 미세먼지와 황사일지니.” 자전거는 위계적이어도, 미세먼지는 평등하다. 이 봄날에도 위험사회에 예외란 없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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