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겨우 3개월째다. 하지만 벌써 많은 미국인들이 그의 드라마에 싫증을 내고 있고, 앞으로 남은 46개월이 어떻게 굴러갈 지 불안해 한다.

트럼프의 괴상한 대통령직 수행방식은 끊임없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말고도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미 세계 곳곳에 있는 많은 자유민주주의 전초기지가 공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자체도 거대한 성곽을 잃을 위험에 처했는가. 그렇다면 미국의 외교정책과 세계가 갖는 의미는 상당히 중요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선거인단에서 승리했다는 사실만 갖고 미국 민주주의를 협소하게 이해하려는 대통령을 선출했다. 확실히 말하건대 선거인단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 미국 헌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이 상황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러기는커녕 견제와 균형, 그리고 행정ㆍ사법ㆍ의회라는 3권 분립을 규정한 헌법 시스템에 대해 조그마한 존경심조차 없는 듯 하다. ‘제4부’로 불리는 언론도 “미국 국민의 적”이라고 하면서 존중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거는 필요한 것이지만 자유민주주의의 중심적 가치를 지탱하는 데 충분치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젭 타입 에르도한 터키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독재자들이 선거에서 승리해 집권하지 않았는가.

선거가 모든 시민들에게 자신들과 다른 의견도 용인할 것을 요구한다는 건 어린 학생들도 알고 있다. 선거는 민주제도와 권력분립을 초월하거나 전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굴러갈지에 관계없이 첫 번째 달의 대통령령, 미국식 정치용어로 하면 행정명령은 결코 자유민주주의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

트럼프는 헌법을 공부한다면 잘 할 것이다. 그가 공부하는 동안 다른 건국의 자료들을 읽을 필요가 있다. 그는 1620년 메이플라워 서약에서 시작할 수 있겠다. 이 서약은 미국 건국 초기의 종교적 식민지들 중 한 곳에서의 정치적ㆍ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자기 나라의 역사와 역할을 반추해야 할 사람은 트럼프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슬로건이 외국인들의 귀에는 무시무시하게 들리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반세기 전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주된 목적은 세계에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고상한 비전을 추구하면서 미국은 때로는 과도하게 관여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천사들의 편이었지만, 그 정책은 종종 거만하거나 심지어 분노를 자아내는 방식으로 실행됐다.

미국은 가끔 힘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를 다른 나라에 강요했고, 심지어 총검을 앞세워 이를 전달하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가 전세계에서 왜 퇴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에 대한 이유들이 많이 있다. 거기에는 다른 나라들과 그 지도자들의 점증하는 분노가 분명히 자리잡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하는 비난과 강의, 훈계를 듣는 데 싫증이 나 있다.

이라크를 보라. 서구의 많은 관측가들은 이라크에서 역사상 처음 치러진 선거에서 이라크인들이 투표권을 행사한 뒤 그들의 잉크 묻은 손가락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자유선거가 민주주의로 가는 여정의 첫 단계라고는 하나 그 이후는 이라크에서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정치적 자기정체성은 실질적인 이슈보다 분파주의에 의해 더 규정됐다. 민주제도나 관용의 문화를 전혀 알지 못했던 사회에 이를 도입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곧 분명해졌다.

몇 년 전 나는 발칸의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마침 그는 미국의 한 박애주의자가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그의 나라의 민주적 결함에 대해 강의하는 것을 하루 종일 들은 참이었다. 그는 그 박애주의자가 무료로 해준 조언 뒤에 따르는 정치적 고통을 얘기하면서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는 민주주의를 증진하려는 움직임에서 기본적인 결함을 확인했다. 누군가에게 민주개혁을 이행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리스크를 떠안고 실제로 민주개혁을 이행하는 책임감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현재의 실망스러운 정치환경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민주주의를 갖고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가 모방할 만한 아주 훌륭한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본보기를 세계에 강요할 수는 없다. 자신들의 나라가 미국처럼 돼야 한다고 그 나라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은 건전한 전략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는 트럼프가 승리하기 이전에 이미 균형감을 잃었다. 이제 자유민주주의는 중심마저 잃어가고 있다. 앞으로 올 4년은 이런 귀중한 통치 형태에서 암흑기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는 과거에도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또 그렇게 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그토록 싸우고 희생한 사람들은 이를 확신할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세프 코벨 국제대 학장ㆍ국무부 전 차관보

번역=황유석 논설위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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