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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낭비로 행복 찾기...'탕진잼' 소비트렌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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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낭비로 행복 찾기...'탕진잼' 소비트렌드 확산

입력
2017.03.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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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사 이노션 월드와이드

‘호모 탕진재머 분석 보고서’

취업준비생인 박은영(24)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유독 힘든 날이면 아트박스 같은 팬시문구점을 찾는다. 박씨가 관심 있는 건 각양각색의 펜과 테이프, 스티커 등이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예뻐서 사 모으는 것들이다. 힘들게 얻은 소득에 비해 허무한 지출이 될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저도 이 정도 사치는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욜로 라이프’ 즐기는 ‘탕진재머’

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를 뜻하는 ‘탕진잼(탕진+재미)’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저성장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티끌처럼 모아봤자 집이나 차를 살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차라리 소소한 쇼핑을 통해 작은 만족을 누리는 게 현명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탕진잼을 좇는 ‘탕진재머’는 ‘인생은 한 번 뿐’이란 점을 강조하며 아낌 없이 소비하는 ‘욜로(YOLOㆍYou Only Live Once) 라이프’를 즐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이 같은 내용의 ‘대한민국 신인류의 출현: 호모 탕진재머에 대한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8일 내놨다. 이노션 내 빅데이터 분석 전담 조직인 디지털 커맨드 센터가 지난 1년 간 주요 포털사이트,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수집한 탕진잼과 관련된 약 6만건의 소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노션의 분석 결과 탕진재머는 가격 대비 성능을 따져 탕진하는 ‘가성비파’, 좋아하는 아이템을 수집하는데 탕진하는 ‘득템파’, 기분에 따라 충동적으로 탕진하는 ‘기분파’ 등으로 나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성비파-합리적 쇼핑으로 부자된 느낌

가성비파 탕진재머는 적은 비용의 합리적인 쇼핑을 통해 부자가 된 느낌을 받으며 생활의 즐거움과 위로를 받으려 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경제적 여유가 생겨 쇼핑 욕구가 솟구칠 때 특정 매장을 방문해 탕진하며 욕구를 푸는 것이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등이 가성비파가 좋아하는 매장들이다. 가책 없는 알뜰한 낭비가 가능한 곳들이다. 가성비파는 특정 매장을 자주 방문해 반복적으로 제품을 다량 구매하는 특징이 있다.

가성비파의 연관어로는 만족하다(3,995건), 이벤트(2,429건), 로드샵(2,326건), 기능(2,131건), 세일하다(2,125건), 쿠폰(1,213건), 가성비(1,026건)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득템파-그 어떤 수고도 마다 않는다

득템파 탕진재머는 수집과 소장을 위한 탕진을 하며 행복을 느낀다. ‘애정템(좋아하는 특정 제품)’을 종류별로 사들여 수집한 것들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는 이들이다.

나만의 가치를 좇는 득템파 탕진재머들은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며 공동구매ㆍ해외직구등 번거로운 구매 과정도 기꺼이 감수한다. 소셜데이터에서 확인된 대표적인 애정템은 피규어다. 문구류, 스티커, 만화, 액세서리, 신발, 딸기 등도 뒤를 이었다. 딸기 마니아의 경우 딸기 관련 맛집이나 카페를 찾아 다니고, 딸기향 나는 향수나 딸기무늬 문구를 구입한 것도 모자라 딸기 문양 스티커로 손톱을 장식하기도 한다. 물건뿐 아니라 좋아하는 먹거리에 대해서도 정보를 적극 탐색하고 관련 아이템을 소장하려 든다.

득템파 키워드로는 행복하다(7,559건), 모으다(5,060건), 빠지다(4,701건), 덕질(3,524건), 정보(3,205건), 굿즈(2,341건), 취향(2,107건), 캐릭터(2,098건) 등으로 나타났다.

기분파-인형뽑기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기분파 탕진재머는 우연히 가볍게 탕진하는 특징이 있다. 영화관에 갔다가 바로 옆 동전노래방이나 인형뽑기방에 사로잡히는 식이다. 제품이 주는 편익 보다는 성취, 쾌감, 재미 등 행위에 따른 긍정적인 기분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행위뿐 아니라 타인의 행위를 통해서도 즐거움을 간접 경험한다.

기분파의 경우는 지나가다(7,202건), 기분(6,252건), 보내다(5,854건), 재미(4,279건), 발견하다(3,767건), 즐겁다(3,404건) 등의 연관어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편, 후회하다(3,135건), 반성하다(756건), 죄책감(272건) 등의 키워드도 나타나 충동적 소비에 대한 반성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수진 이노션 데이터애널리틱스팀장은 “작은 사치가 합리적인 가격대의 명품 구매를 통해 만족감을 느낀다면 탕진잼은 보다 적은 액수의 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각각의 탕진재머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현재의 만족과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모든 탕진재머는 ‘욜로한 탕진잼’을 좇는 성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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