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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생태!] DMZ의 자연, 세계인을 위한 선물

입력
2017.03.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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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역 파주 DMZ. 국립생태원 제공
서부지역 파주 DMZ. 국립생태원 제공

“비무장지대(DMZ)는 세계인을 위한 자연의 선물이다.” ‘인간 없는 세상’의 저서로 유명한 언론인이자 학자인 미국의 앨런 와이즈먼이 ‘2015 세계리더스보전포럼’ 개막연설에서 했던 말이다.

이보다 한참을 앞서 휴전 후 불과 13년이 지났을 당시에 이미 세계는 DMZ의 자연에 주목했다. 1966년 동경에서 열린 태평양과학회의에서 DMZ를 한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추진하자는 안이 채택되었고, 그 해 저명인사인 해롤드 쿨리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총재와 서울대 강영선 교수를 중심으로 공동조사단이 구성됐다. 스미스소니언의 지원으로 6년 계획의 생태계 조사가 시작됐고, 25년간의 장기조사계획이 제시됐다. 그러나 불과 2년 뒤 무장공비 남파 사건으로 생태계 조사는 보고서도 발간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DMZ 일원에서의 생태계 조사는 74년이 되어서야 문화공보부에 의해 시작되었고, 환경부, 산림청, 문화재청 등에 의해 산발적인 조사가 20여 차례 이뤄졌다. 그리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 것이 2014년.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서 매년 DMZ 일원의 생태계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에는 40여년간 DMZ 일원에서 수행된 생태계조사 결과를 취합해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종합보고서’를 발간했다. 50년 전에 알고자 했던 DMZ 일원의 생물상과 그 가치가 이제서야 알려지게 된 것이다.

DMZ 일원은 두말할 나위 없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포유류, 조류, 곤충 등 7개 분야의 생물종 약 4,870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는 같은 분야 한반도 생물종의 약 20%, 멸종위기종의 약 40%에 해당한다. 특히 두루미, 저어새, 물범, 반달가슴곰, 사향노루는 DMZ가 없었다면 개발과 밀렵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영원히 사라졌을 멸종위기종이다.

이제서야 DMZ 일원에 무엇이 사는가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 이제는 이 곳 생태계의 현상과 특징을 장기적으로 연구하여 밝혀내고 보호하는 더 긴 여정의 출발이다. DMZ는 자연이 한반도에 사는 우리만이 아닌 지구인에게 주는 선물이다. 한국전쟁이 이데올로기의 대결이라는 인류사적인 전쟁이었다면, DMZ는 이를 치유해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전쟁과 분단으로 겪은 슬픔과 고통이 DMZ에서 소중한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희철 국립생태원장

이희철 국립생태원장
이희철 국립생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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