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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하는 건 가수 임희숙이 부른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이고, 공 굴리며 좋아했지, 노래하면 즐거웠지, 흰 분칠에 빨간 코로 사랑 얘기 들려줬지... 하는 건 가수 박경애의 ‘곡예사의 첫사랑’이다. ‘곡예사의 첫사랑’의 한 대목은 내가 스물다섯 살에 쓴 소설 속에 잠깐 등장하고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한 대목은 서른한 살에 쓴 소설에 등장한다. 그때의 나이에 나는, 그 노래들이 가장 슬펐다. 가만히 앉아 듣기만 해도 눈물이 툭툭 터졌다. 그래서 내 소설 속 주인공은 소주를 마시고 살짝 불콰해진 얼굴로 그 노래들을 불렀다. 책을 출간하면서 나는 출판사에 몇 번이나 당부를 했다. 노래 가사를 이러이러하게 인용했으니 꼭 저작권협회에 허락을 받아달라고 말이다. 편집자 선생님은 고작 한 줄의 인용이고 이 노래들은 너무 많이 알려져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했지만 나는 기를 쓰고 졸랐다. 훗날 문제가 될 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작권협회에 허락을 받고, 저작권료도 지불을 했다. 두 노래 중 하나는 이렇게 끝이 난다.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 길로. 문득 노래방 마이크를 붙들고 노래 한 곡 부르고 싶다. 마이크를 안 내려놓고 혼자 슬픈 노래들 대여섯 곡 연속으로 부르고 나면 친구들의 원성이 우우우 시끄럽겠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친구들은 아마 전화 한 통씩 나에게 걸어줄 것이다. “왜 그래? 요즘 무슨 일 있어?” 그러면 내가 대답을 할 테다. “아니, 그냥 노래한 건데.” 친구들은 내 무사함을 확인했으니 되었고 나는 친구들의 애정을 확인했으니 되었고. 조만간 그런 어리광 한 번 부려봐야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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