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중국하고 일본은 여러 번 가 봤어. 멋지던데.”

스위스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에서 내려오는 곤돌라 안. 앞에 앉은 프랑스 아저씨는 아시아 여행을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을 이리저리 넘기며, “여기 어딘 줄 알아?”를 연발했다. 마천루만 가득했다. 랜드마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상하이란다. 스스로 눈을 크게 뜨고 엄지를 치켜 올렸다. 다음은 일본 음식이었다.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스시 사진을 보여주며, ‘츄릅’하는 효과음까지 냈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비아냥거리며 “한국에는 가본 적 없어. 뭐 중국하고 일본에 다 있는데 굳이 갈 필요가 없더라고.”하는 것이 아닌가. 분명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서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는데 말이다.

3초 고민했다. 배려 없는 프랑스 아저씨와 대화를 이어갈지 말지에 대해서. 다른 때 같으면 자동으로 반격을 가했을 텐데, 몸도 마음도 지쳐있어 판단이 필요했다. 그래도 ‘한국에 별거 없지 않나?’라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맛있는 전통음식, 다이내믹한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해 줬다. 실패. 역사는 중국이 더 깊고 음식은 일본이 더 넓단다. 문화와 자연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만의 맛과 멋이 있다 해도 소용없었다. 전략을 바꿨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낸 것은 사찰에 머물며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와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에만 있는 DMZ(비무장지대) 투어였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가 생긴다고 했다. 겨우 성공.

스위스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전투력을 높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들여다보니 모르는 게 많았다. 게다가 변화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내 나라를 알기 위해서, 외국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를 잘 소개하기 위해서 새 소식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했다.

입구에 마련된 이벤트 코너에서 외국인들이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다.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꼭 삼성동 코엑스를 찾는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여행 정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내나라여행박람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열렸으니 벌써 열 네번째다. 올해 역시 행사 첫날인 16일 전시장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외국 관광객들이 화면을 보고 목젖이 보이게 웃고 있었다. 유명관광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프린트하고 있었다. 화려한 일몰 속 빛나는 동궁과 월지 사진을 받아 들고 신이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외국인에게 한 시간 동안 한복을 무료로 빌려주는 곳도 있었다. 한국어를 배우러 온 중국친구 미콩에게 위챗으로 소식을 전했다. 이곳에 와서 한복입고 여행갈 곳을 찾아보는 것 어떠냐며.

한복을 입고 전시장을 돌아다니고 있는 외국인들.
우리나라의 맛과 멋을 볼 수 있는 내나라 주제관.

할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았다. 339개 기관에서 참여한 662개 부스가 있었으니. 한 번에 다 돌아보려다가는 체한다. 팁을 주자면, 먼저 지도를 들고 가볍게 한 바퀴를 돌아본다. 천천히 걸으며 촉이 가는 곳들을 체크한 후 지역 특산물을 파는 저잣거리로 간다. 앞에 테이블이 마련돼 있으니 이곳에서 동선을 짠다. 올해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지리산둘레길 해설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우선 순위에 둔다. 전문가들에게 꽃피는 춘삼월 여행코스 상담을 받고 싶다면, 한국여행작가협회 부스에 들르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둔다. ‘내 나라 저잣거리’에 가서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지역 특산물을 맛본다.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입구 왼쪽에 마련된 내나라 주제관. 사진 찍기 좋은 곳과 계절별 맛과 멋을 콕 짚어 보기 좋게 펼쳐 놓아, 한눈에 정보를 보기 얻기 좋다.

박람회장을 밝게 만들어주는 지자체 마스코트들. 공주의 마스코트 고마곰과 공주
유명 여행지를 컬러링을 해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전시장은 전국 지자체들이 각축전을 벌이느라 열기가 더없이 뜨거웠다. 곳곳에 돌아다니는 지자체 마스코트들은 전시장을 둘러보는 재미를 더해줬다. 지자체에서 정성스럽게 마련한 체험관들은 삼성동까지 발걸음 한 수고로움을 보답해줬다. 고려청자를 전시하고 있는 강진 부스에서는 물레도 돌려보고 템플스테이 홍보 부스에서는 스님이 내려준 차도 마셨다. 신세대 눈높이에 맞춘 ‘인형 뽑기’ 이벤트도 도전해보고 전시장을 활보하는 인형들과 기념촬영도 했다. 전시장 반나절 돌아보고 나니, 주마간산이지만 전국일주를 한 기분이랄까. 마음이 든든해져서,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채지형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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