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0대와 40ㆍ50대가 함께 즐겨
현실과 가상의 공존이 주는 새로움
생산적 게임산업 정책에 기대한다

환갑이 머지 않은 나이에 모바일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지난달 말부터 위치 기반 증강 현실 게임인 ‘포켓몬고’에 빠져 있다. 어쩌다 약속이 있어 다른 동네에 가면 ‘포켓몬고’부터 접속하게 된다. 우리 동네에는 없는 ‘포니타’와 ‘내루미’와 ‘미뇽’을 잡았을 때 너무 즐거워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딱하기도 했다.

‘포켓몬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딸아이 때문이다. 오래 전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애니메이션 ‘포켓몬’을 알게 됐다. 세 살을 갓 넘긴 딸아이와 함께 우리는 매일 저녁 5시가 넘어 TV가 방영하는 ‘포켓몬’을 열심히 봤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 역시 아이가 된다고, 나 역시 딸아이처럼 수많은 포켓 몬스터 이름을 줄줄이 외우게 됐다.

‘포켓몬’ 캐릭터들은 생물학적 특징과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작명됐다. 대표 캐릭터인 ‘피카츄’는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이름이 같지만, 주인공의 주요 포켓몬들인 ‘이상해씨’, ‘파이리’, ‘꼬부기’의 영어 이름은 ‘벌바소르(bulbasaur)’, ‘차맨더(charmander)’, ‘스쿼틀(squirtle)’이다. 미국판 애니메이션 타이틀을 보면 맨 처음 우주를 날아다니는 ‘뮤’와 ‘뮤츠’가 나온다. 당시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던 이 전설의 포켓몬들을 딸아이와 무척 궁금해 했던 기억이 새롭다.

개인적 추억이 길어졌다. 사회학 연구자의 시선에 잡힌 ‘포켓몬고’ 열풍에는 세 가지 사회학적 코드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게임을 즐기는 세대가 다양하다. 이 게임을 다운로드 받은 세대로는 10·20대가 가장 많지만, 40ㆍ50대도 적지 않다. 지난달 24일 게임이 출시되고 이틀이 지난 다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0ㆍ50대의 44만명 정도가 ‘포켓몬고’ 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그 까닭의 하나는 나처럼 자녀와 함께 본 ‘포켓몬’에 대한 달콤한 추억일 것이다.

둘째, 증강 현실이라는 새로움이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잡은 현실 속에서 가상 이미지인 포켓몬들을 잡는 게 이 게임의 방식이다. 스마트폰 안에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게 그 매력이다. 증강 현실을 이용한 게임이 ‘포켓몬고’가 처음은 아니다. 이 게임이 지구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것은 모바일 플랫폼, 증강 현실 기술, 킬러 콘텐츠로서의 포켓몬이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고’가 펼쳐 보이는 것은 정보사회의 진전이 선사한 실재와 허구가 어우러진 새로운 세계다.

셋째, 거리의 게임이라는 특징도 눈에 띈다. ‘포켓몬고’를 하기 위해선 집 안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향로를 피워 친숙한 포켓몬들을 불러낼 수도 있지만, ‘갸라도스’, ‘잠만보’, ‘망나뇽’과 같은 희귀 포켓몬들을 잡기 위해선 밖으로 나가야 한다. 더욱이 몬스터볼을 구하고 배틀을 치르기 위해선 포켓스탑과 체육관이라는 특정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안전 사고 등 위험이 작지 않지만 ‘포켓몬고’는 걷기 운동에 좋은 게임이다. 포켓스탑과 체육관을 찾아 무작정 걷다 보면 낯선 동네에서 서성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사회학 연구자의 관점에서 보면 게임은 ‘놀이’이자 ‘산업’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게임에 몰두하는 게 결코 작은 걱정이 아니다. 하지만 산업의 시각에서 게임은 전도가 유망한 분야다. 지난해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410억달러에 달했다. 이 분야에서도 지구적 차원의 경쟁은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게임 산업의 강자로 군림해 왔지만, 최근에는 한풀 꺾인 상태다.

게임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진흥과 규제라는 이중적 과제를 적절히 결합시켜야 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부정하기 어려운 것은 게임 산업이 미래 먹거리 중 하나라는 점이다. 대선 주자들도 저마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장밋빛 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큰 담론도 중요하지만 세세한 분야별 정책대안도 중요하다. ‘포켓몬고’의 나이 든 유저의 한 사람으로 생산적 게임 산업 정책을 기대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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