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미안하고 두려웠다.

집회에 참석을 하고 동참을 위한 서명은 아낌이 없었지만 정작 얼굴을 마주할 자신은 없었다.

가끔 먼발치에서 숨을 삭이며 바라보기나 했을 뿐 가까이 다가설 용기는 쉬이 나지 않았다. 슬그머니 다가서서 한번 곁을 느끼면 풀릴 일이련만 매번 헛기침만 내뱉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꽃보다 아름답던 자식을 잃은 엄마들 얘기이다. 그러다가 어느새 1,000일이 훌쩍 넘어버렸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질 전시 ‘그리움을 만지다’’. 전시 제목이 ‘그리움을 만지다’이다. 형형색색의 실이 빚은 멋진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인데 제목을 보고 미리부터 코끝이 시큰해졌다.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함께 찾아갔다.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괜찮을까. 우리 아이를 보면서 엄마들이 혹시 힘들어 하지는 않으실까. 다시 미안하고 두려웠지만 이제는 그 엄마들 가까이 다가서고 싶었다.

“…눈만 뜨면 울고 있었어요. 너무 보고싶어서요…”

“…평생 죄인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에게 미래를 주지 못했으니까요…”

세월호 엄마들은 말을 하면서 울다가 웃었고 다시 웃다가 울고 있었다. 전시장의 벽면에는 그들이 무릎을 맞대고 앉아 함께 의지하면서 뜨개질한 목도리, 카디건, 방석, 손가방 등이걸려있었다. 찢어지는 가슴을 누르고 자식의 얼굴을 어루만지듯 귀하게 만든 물건들이었다. 특히 2,800개의 컵 받침을 이어 천장을 메우듯 장식된 대형 작품은 밤하늘의 별빛처럼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엄마들의 손길이 사방에 스며든 덕분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전시장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 달아올랐다.

뜨개질은 엄마들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었다. 자식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행위 속에서 엄마들은 죄책감의 일부를 조금씩 덜어내기 시작했고 거부했던 현실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갖기 시작했다. 고통 속에서 시작한 뜨개질은 실의 색깔도 무채색에서 화려한 원색으로 바뀌어 갔다. 자식이 그리워 시작한 뜨개질은 고마운 누군가를 새로이 생각하게 했다. 그렇게 상실감은 함께 하는 이들의 위안 속에서 누군가에 대한 고마움으로 채워졌다. 자식을 잃은 엄마로서가 아닌 슬픔을 승화해 자신의 삶과 존재이유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안산의 ‘치유공간 이웃 : 대표 이영하’은 매 끼니 밥상과 공간을 제공하면서 뜨개질 하는 세월호 엄마들의 곁을 지켰다.

나는 조금씩 가까이 다가서다가 엄마들의 등 뒤로 돌아가 잠시 앞을 바라보았다. 들썩이는 엄마들의 등 너머로 촉촉하고 아름다운 눈빛들이 가득했다. 수많은 이들이 앉거나 서서 세월호 엄마들의 얘기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엄마들의 표정 하나 눈빛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 사방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아니 세월호 엄마들 곁에 가까이 하려는 이들은 같이 울다가 웃어주었고 다시 마찬가지로 웃다가 울어주었다.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은 참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기억 속 상처는 쉽게 없어지거나 줄어들지도 옅어지지도 않아요. 오히려 치유는 그것을 없앨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때 끝까지 함께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야 조금이나마 엄마들이 숨을 쉴 수가 있어요.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우는 것, 그리고 곁을 함께 해주는 것. 바로 그게 치유 아닐까요?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바로 여러분이 치유자입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치유자로서 또한 친구로서 세월호 엄마들과 함께 해온 정혜신 선생이 진행의 끝을 알리면서 그렇게 말을 남겼다.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왜 더 일찍 다가서지 못했던 것일까. 미안해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진즉 다가섰으면 될 일인 것을.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 아주 멋진 일임에 틀림이 없다.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질 전시 ‘그리움을 만지다’’전은 이달 19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열린다. 17,18,19일 오후 3시에는 세월호 엄마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문의:치유공간 이웃 031-403-0416)

임종진 달팽이사진골방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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