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호남 홀대론
대북송금 특검ㆍ분당 등 불만
보수층의 안보 불안 공세
사드 입장 번복 등 도마에
친문ㆍ친노 배타적 진영 논리
친문 패권주의 비판도 여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3일 고양시 일산서구 한국시설안전공단을 방문해 도로지반조사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고영권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다면 ‘4말5초’의 조기대선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대선은 두어 달 뒤에 치러지게 되는데, 촉박한 일정에서 가장 유리한 주자는 누구일까. 세대와 진영, 지역을 막론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아니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에 대한 여론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정권교체 열망에 기댄 지지층에서는 대세론을 말하고 있지만, ‘문재인만은 절대 안된다’는 강력한 반대가 엄존한다. 이른바 ‘반문(재인) 정서’다. 문재인 캠프는 이를 “1위 주자를 견제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과연 반문정서는 1위 주자가 겪어야 할 숙명일까, 아니면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현실화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일까.

참여정부의 ‘호남 홀대’ 논란

반문정서의 맹아는 참여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호남에서의 돌풍을 기반으로 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으며 결국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청와대 인사수석에 호남 출신인 정찬용 수석을 임명하며 호남 배려에 나섰다. 그러나 공직 추천 과정에서 추천된 일부 호남 인사들이 탈락하자, 그 화살은 공직후보 검증을 맡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전 대표에게 향했다. 부산 출신 문 전 대표가 호남 인사의 기용을 가로막는다는 소문이 ‘호남 인사 홀대론’으로 확대된 것이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도 ‘호남 홀대론’은 아픈 대목이다. 그는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포럼광주’ 출범식에 참석해 “참여정부에서 장ㆍ차관 중 호남 비율이 가장 높았다”며 호남 홀대론을 반박했다. 호남의 ‘반문정서’가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해 4ㆍ13 총선 당시 정찬용 전 수석도 “총리, 장관, 4대 기관장 등 정무직 106명 중 29%인 31명이 호남 인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때 인사를 담당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 기관장에 추천된 호남 인사는 음주운전 전과를 문제 삼아 탈락시킨 반면, 부산 출신 인사는 뇌물 전과에도 임명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참여정부 초기 대북송금 특검 결정과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도 호남을 자극한 요인이다. 또 문 전 대표가 2006년 부산에서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왜 (현 정부를) 부산정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 이른바 ‘부산정권’ 발언을 기억하는 호남 주민들이 많다. 노 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몰표는 ‘호남 소외’를 끊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산정권’ 발언은 호남에 상처가 될 수밖에 없었다. 호남 민심과 결합한 반문정서는 2015년 2ㆍ8 전당대회 때 박지원 의원(현 국민의당 대표)이 문 전 대표와 격돌하면서 다시 증폭됐다.

보수층의 ‘안보 불안’ 공세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은 반문정서의 또 다른 온상이다. 특히 노년층과 대구ㆍ경북 등 보수 지역에서는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평양을 먼저 가겠다”는 그의 발언을 문제 삼아 문 전 대표를 ‘종북주의자’로 몰고 있다. 갖은 논란 속에서 최근 하차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을 문 전 대표가 전격 영입한 배경도 보수층의 뿌리 깊은 ‘좌파ㆍ종북’, ‘안보 불안’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서였다.

보수 진영의 공세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8대 대선 때 새누리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란을 제기하며 문 전 대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NLL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지만, 치열한 진실공방 끝에 대선 이후 해당 발언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층의 안보 공세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입장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안보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며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구했다. 사실상 ‘배치 반대’로 읽혔다. 같은 해 10월엔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과 한 합의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 발짝 물러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다 지난달에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실이 많다면 미국과 다시 협의해 바꿀 수 있고, 외교적 노력이 성공해 중국, 러시아가 동의하거나 반대가 최소화된다면 사드 배치를 그대로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이 보수 진영의 일방적 공격 포인트가 되는 데는 문 전 대표의 책임도 없지 않다. 문 전 대표 측은 사드 논란과 관련해 “양국 합의를 존중하되, 차기 정부에서 공론화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입장은 중도층의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참여정부에서 결정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오락가락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전 대표가 지난해 말 언론 인터뷰에서 “(당선된다면)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말한 대목은 치명적이다. ‘사전에 미국 등 주변국에 충분한 설명을 하겠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북핵과 트럼프 미국 정부 출범 등으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사드와 관련해선 당내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각각 양국 합의 존중, 반대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며 “문 전 대표는 안보 정책에선 일관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배타적인 진영 논리

정치권에서는 반문정서의 핵심을 친문 내지 친노(무현) 진영의 배타적인 정치문화를 꼽는다. 친문의 뿌리인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당내 소수파였지만 기득권에 타협하지 않으면서 싸우는 모습에 국민들의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 노 대통령을 계승한 친문 인사들은 ‘패권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문진영의 한 의원은 “처음에는 친소관계를 바탕으로 정파가 형성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와 어젠다를 중심으로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며 “친노는 친문이 된 것 외에는 시대에 걸맞은 정체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당권파일 때는 당권파가 선거에서 지거나 대여협상에서 실수하면 사정없이 흔들면서, 자신들이 당권파일 때는 선거에서 패해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2015년 전대 승리 이후 2개월 만에 치른 4ㆍ29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사퇴하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친문 내지 친노 정치인들의 거칠고 공격적인 태도 또한 반문정서에 기름을 붓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ㆍ29 재보선 패배 직후 문 전 대표를 옹호했던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던 주승용 최고위원(현 국민의당 원내대표)을 향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것처럼 해놓고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맞서며 친문ㆍ비문 간 갈등을 부추겼다. 올해 초 개헌문건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친문 성향 네티즌들이 비문 진영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고 욕설의 의미를 담은 ‘18원 후원금’을 대거 던져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다양한 세력을 포용하지 못하고 반대세력의 등지게 하는 문 전 대표 또는 더불어민주당의 ‘마이너스 정치’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1년 문 전 대표와 이해찬 전 총리 등이 속한 혁신과통합과 손잡았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탈당했고, 한때 민주당에 몸담았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다수의 호남 의원들도 탈당,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도 총선 직후 당내 ‘비문 진영’의 핵심이 됐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친문은 야권의 주류임에도 비주류가 갖는 파이팅이 넘치는 특징이 있다”며 “이들의 행태가 지지세력에 전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사정이고 보면 보수 진영의 의도적 공세일 수도 있지만 문 전 대표 스스로 반문정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문 전 대표가 반문정서를 극복하지 못하면 중도층 확장에 실패, 결국은 본선 경쟁력에서 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은 “양자구도에서 과반, 다자구도에서도 30%대 지지율을 얻는 주자에게 확장성을 논하는 것은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상대 진영에 의해 과장된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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