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억압하는 건, 당신이 무식하기 때문!

여성 성기는 어느 문화권에서나 '악(惡)'과 연결된다. 알프레트 쿠빈 '지옥으로 가는 길'.

이것은 어쩌면 19금 기사다. 여성 성기를 다룬 책을 소개하는 내용이므로. 네덜란드의 페미니스트 성과학자 옐토 드렌스가 쓴 ‘마이 버자이너(나의 성기ㆍVagina)’. 읽고 나면 그런 부당하고도 촌스러운 편견을 조금은 떨쳐 버릴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가치다.

책은 514쪽짜리 ‘여성 성기 백과사전’이다. 의학, 성의학, 신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페미니즘 등 모든 관점에서 여성 성기를 분석한다. 남성인 저자의 태도는 건조하고 담담하다. 도색 잡지나 빨간 책의 그 무엇을 기대하면 단단히 실망하게 될 것이다. 2007년 출간된 ‘버자이너 문화사’의 개정판이다.

여성 성기는 여전히 억압과 혐오와 집착과 수치의 대상이다. 생리하는 여성은 불결하고 악한 존재로 낙인 찍혔다. 폴리네시아 제도에서는 생리 중인 여성과 접촉한 남성을 사형시켰다.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껴야 임신할 수 있다는 악성 미신도 있었다. 이 때문에 성폭행으로 임신한 여성은 거짓말쟁이로 몰렸다. 또 어느 언어권에서나 여성 성기가 들어간 것이 가장 더럽고 모욕적인 욕이다. 여성의 음모(陰毛)까지 푸대접을 받았다. 19세기까지 남성 조각상에는 고도로 양식화한 음모가 풍성하게 표현된 반면, 여성 조각상엔 아무 자취도 없었다.

저자는 여성성에 대한 남성의 공포가 여성 성기에 대한 혐오로 이어져 우스운 신화와 금기들이 생겨났다고 분석한다. 한 마디로 무식했다는 얘기다.

‘보비트 사건’을 비롯해, 여성이 남성의 성기를 훼손하는 사건들이 세계적으로 대서특필되는 것의 모순도 저자는 지적한다. 실은 남성 성기로 여성 성기가 다치는 일이 훨씬 더 많다. 게다가 남성 성기 절단은 성폭행을 시도하거나 여성을 괴롭히는 남성으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저자는 여성의 자기 억압 문제도 제기한다. 팬티라이너나 질 세척제, 성기 성형 등은 여성 성기에 대한 반감을 교묘하게 이용한 상술이다. 저자는 “의학적으로나 위생적으로 좋지 않은 것들이지만, 성기를 잘 통제해야 한다는 집단 무의식이 작용한 결과”라며 “자기 확신이 대단한 여성들 중에도 진정으로 자신의 질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꼬집는다. 억압 속에 성장한 자기 몸을 다르게 바라보고 해방시키는 ‘바디 페미니즘’을 저자는 대안으로 꼽는다.

책에는 29금 기사가 될지 몰라서 소개하지 못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고백하자면, 서평을 쓰는 동안 이 책을 회사와 집에서 몰래 읽었다. 10일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용감하게 꺼내 읽어 봤다. 표지를 본 남자들의 눈이 있는 대로 커졌다. 갈 길이 멀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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