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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유형 구제역 게릴라 확산... 경로는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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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유형 구제역 게릴라 확산... 경로는 미궁

입력
2017.0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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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km이상 떨어진 보은ㆍ정읍

바이러스 유형 ‘O’형으로 일치

추가 감염지역 존재 가능성

백신 일제히 접종 완료 후

1주일이 방역 고비 될 듯

2_구제역-거창오리/2017-02-08(한국일보)
2_구제역-거창오리/2017-02-08(한국일보)

충북 보은군과 전북 정읍시에 이어 경기 연천군에서도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며 구제역 바이러스가 이미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300km 가까이 떨어진 세 농장이 과연 어떤 경로를 거쳐 구제역에 감염됐고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 지에 대해 전혀 감도 못 잡고 있다. 항체 형성률이 뻥튀기 발표된 사실까지 드러나며 구제역과의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8일 “정읍시 한우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보은군 젖소 농가와 동일한 ‘O형’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이 바이러스는 2015년 구제역이 발생한 방글라데시 돼지에서 분리된 바이러스(O ME-SA Ind 2001유전형)와 99.5%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바이러스는 태국,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중동, 러시아 등에서 발견돼 왔다. 이전에 국내에서 발견된 구제역 바이러스와는 유전적으로 81.5%만 일치한다. 이날 의심신고가 접수된 연천군의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 결과는 9일 중 나온다.

문제는 그 동안 검출된 적이 없는 이 방글라데시 구제역 바이러스가 어떻게 국내로 유입됐는지 파악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박 본부장은 “보은 농가의 농장주 부자가 베트남과 러시아를 방문한 기록이 있지만 감염의 직접 원인이 됐는지 여부는 역학 조사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은군과 정읍시의 두 농가가 150㎞나 떨어져 있어 역학 관계를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구제역은 일반적으로 감염 개체의 콧물, 침, 분변 등의 접촉으로 확산되지만 감염 개체와 접촉하거나 오염된 지역을 출입한 사람이나 차량의 이동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특성상 보은군과 정읍시 사이에 있는 지역은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연천군까지 동일한 바이러스로 확인될 경우엔 정읍시부터 연천군까지 남북 300㎞ 구간의 모든 한우ㆍ젖소 농가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발생 농장의 항체 형성률이 5~20%로 조사되는 등 농가의 백신 방역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난 것도 문제다. 박 본부장은 “백신은 4~7개월에 한번 접종해야 하는데 한우ㆍ젖소농가에서 10개월 임신기간 동안에는 유산과 우유 생산량 감소 등을 이유로 백신 놓기를 꺼려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뒤늦게 전국 소 사육두수 314만마리 전부에 대해 백신을 놓기로 했지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검출된 바이러스가 이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두 바이러스는 유전적으로 보면 2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정부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오 삼공삼구(O 3039)’, ‘오원 마니사(O1 Manisa) 등 두 가지 백신으로 방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2014년 구제역 발생 때도 사용 중이던 백신의 R1값(백신과 바이러스 상관관계)이 0.3 이하로 떨어져 방어력이 없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말 바꾸기’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는 그 동안 소의 항체 형성률이 평균 95.6%에 이른다고 적극 홍보해 왔다. 그러나 실제 항체 형성률이 ‘허수’인 것으로 드러나자 갑자기 말을 바꿨다. 검역본부가 구제역 발생 직후 보은 지역 다른 젖소 농가 11곳의 항체형성률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80%가 넘지 않는 농가가 4곳, 미접종 농가가 1곳으로 나타났다. 정읍 지역의 한우농가 13곳도 7곳이 항체 형성률이 80% 미만이었다. 충북도에 따르면 보은군 구제역 확진 농가 인근 농장 20곳 중 2곳은 항체 형성률은 아예 0%였다. 박 본부장도 “기존 항체형성률 조사 방식은 개체의 항체 형성률을 조사하기 보단 각 농가들이 정부의 백신 정책에 얼마나 순응하는 지를 입증하는 것이었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정부는 전국 백신 접종에 진땀을 빼고 있다. 향후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시점부터 항체가 형성되는 1주일이 방역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최인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 감염이 확산될 우려는 있지만 전국 백신 접종이 속도를 늦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협경제지주는 축산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20일까지 전국 86개 가축시장을 임시 휴장하기로 결정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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