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 기자의 TV 다시보기]

지난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해 KBS로부터 출연금지 당했다고 주장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왼쪽)씨와 최근 방송에서 대선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의 친분을 드러낸 방송인 홍석천. tvN∙KBS 제공

KBS가 이래저래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한 달도 안 되어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처지가 되어서다. 지난 6일 KBS는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들의 생활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KBS1 ‘이웃집 찰스’의 100회 특집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100회를 자축하는 자리였지만 잔칫집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 자리는 시작하기 전부터 우려를 샀다. ‘이웃집 찰스’ 방송 초기부터 출연한 방송인 홍석천의 요즘 행보 탓이었다.

홍석천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의 친분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일 방송된 JTBC ‘말하는 대로’에선 안 지사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 임을 밝혔고, 안 지사의 대선 출마선언 출정식에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출정식에서 안 지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그는 이어 “(안)희정이 형에게 인지도를 올리라 조언했다”며 막역한 사이인 듯 친분을 과시했고, “안 지사는 생각이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지난달 22일 안 지사의 출정식을 중계한 페이스북 라이브방송 ‘안희정과 함께 바꿉시다’에 출연해 “개인의 다양한 성정체성을 존중한다”는 안 지사의 발언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감동’ 어린 사연도 털어놨다. 그럼에도 KBS는 홍석천이 참석하는 ‘이웃집 찰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홍석천에 대한 KBS의 ‘배려’는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에 대한 조치와 상반된다. 황씨는 지난달 18일 “KBS에 블랙리스트가 있다”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KBS1 ‘아침마당’에 출연금지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KBS는 ‘KBS 제작 가이드라인’을 거론하며 ‘선거기간 중 비정치 분야 취재를 하는 경우, 후보자 또는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거나 특정 정당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제11조 2항)는 규정을 ‘출연정지’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KBS 사내 PD협회는 이 같은 사측의 해명에 반박했다. 협회는 이 규정이 별도로 수록된 ‘선거보도’에 관한 세부준칙의 일부라고 주장했고, 선거기간이 아닐뿐더러 문 전 대표는 아직 대선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점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틀렸다고 지적했다.

돌아보면 황씨는 tvN ‘수요미식회’에 고정출연하고 있지만 단 한번도 정치 얘기를 한다거나 문 전 대표를 입에 올린 적이 없다. 그가 문 전 대표 지지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논란을 통해 알게 됐다는 이들이 많다.

홍석천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소수자의 아픔에 관심을 기울인 안 지사의 생각에 공감했다”며 “말씀도 잘 하시고 외모도 생각도 매력적이더라”고 말했다. KBS가 주최하는 간담회에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그는 “내 마음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지만…” 등 정치적 발언을 피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다. 그러나 달리 들으면 “출정식에는 참석했지만 안 지사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한 어느 연예인의 발언과 뭐가 다를까.

홍석천을 탓하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소신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KBS의 입장이다. 대선과는 관련 없는 식재료 강연을 하려던 황씨를 대선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정치인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출연을 보류시킨 과정이 홍석천의 경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이웃집 찰스’의 제작진 역시 당황한 눈치다. 제작진은 “추후 협의를 통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했지만, 100회 간담회까지 나선 출연자를 무작정 하차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형평성이 어긋나는 이중잣대를 적용하면 또 다른 오해를 피할 수 없다. 이래저래 일관성 없는 KBS가 비판 받아 마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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