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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꺼내 들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이 언제였는지는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중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인 것 같기도 하다. 읽다가 덮었는지 끝까지 다 읽었는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안 읽었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래도 스무 살 즈음 독서모임에서 “난 제인 오스틴이 진짜 싫어! 여자들이 온통 돈밖에 모르고 어떻게 하면 잘난 남자와 결혼을 할지 그것만 고민하잖아!” 시건방지게 떠든 걸 보면 어찌어찌 읽기는 한 모양이다. 그의 소설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건 시시한 연애를 몇 번 겪고 난 후, 그러니까 아주 나중의 일이었다. 외국의 어느 방송사에선가 ‘안 읽어도 읽은 척 하는 책’ 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65%가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한 적이 있다고 대답을 했단다. 그런 책 1위가 조지 오웰의 ‘1984’였고 2위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3위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였다고 한다. ‘오만과 편견’은 9위였다. 나 역시 그 65% 안에 포함될 혐의가 매우 짙다. 가진 것이 많아 오만한 남자와 그런 남자를 편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여자. 하지만 ‘사랑’은 결국 ‘권력’이 되어 두 사람이 각자 더 나은 사람으로 변모하는 이 귀여운 로맨스의 패턴이라니.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날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는 책 속 구절은 우리가 앞으로도 영영 열광할, 로맨스 소설의 명구로 남지 않을까. 아직 이 고전을 그저 읽은 척만 해왔다면 봄이 오기 전 후딱 읽은 후 달달한 연애를 꿈꾸어보는 것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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