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매너가 방송을 만든다

입력
2017.01.25 16:27
0 0

서인영 욕설 논란 하차

‘런닝맨’ 폐지→지속 변덕

시청자에 일방적 통보

가수 크라운제이(왼쪽)와 서인영 커플은 31일 방송되는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을 끝으로 하차한다. JTBC 제공
가수 크라운제이(왼쪽)와 서인영 커플은 31일 방송되는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을 끝으로 하차한다. JTBC 제공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일방적으로 통보만 할 뿐이다. 최근 방송사들의 행태를 보면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자신들의 입맛대로 출연자를 출연 또는 하차시키고 프로그램도 폐지해 버린다. ‘왜’라는 설명이 없다. ‘묻지마 방송’ ‘막가파 방송’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24일 JTBC와 SBS는 시청자를 기가 차게 만들었다. JTBC는 최근 갑작스럽게 ‘님과 함께 시즌2- 최고의 사랑’에 출연하던 가수 크라운제이와 서인영을 하차시켰다. 이유는 “개인 사정과 스케줄 등의 문제”였다. 고작 2개월 전파를 탄 커플이었다. 더군다나 24일 방송은 두 사람이 두바이로 신혼여행을 떠나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31일 이 커플의 행복한 신혼여행기가 끝나면 개그맨 유민상 이수지 커플이 합류한다. 일사천리로 출연자 교체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최고의 사랑’을 보는 내내 크라운제이와 서인영이 하차한다는 내용은 단 한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출연하는 내용이 31일까지 방영된다는 고지도 없었다. 앞서 하차 보도가 난 뒤 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서인영 욕설 논란’ 동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서인영이 ‘최고의 사랑’ 제작진에게 욕설을 하며 화를 내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을 제작진이라고 밝힌 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는 점은 더 큰 충격이었다. 이 또한 JTBC는 아무런 해명 없이 어물쩍 넘어갔다.

서인영과 크라운제이 커플의 재결합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 제작진이 JTBC로 옮겨오면서 8년 만에 재구성된 프로젝트였다. 제작진이 두 사람의 성향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을 터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도 서인영에 대해 “소문 들어 성격은 알고 있었지만”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제작진은 서인영을 섭외해 출연시켜놓고도 설득력 있는 해명도 없이 하차시켰다. 제작진 스스로 출연자 관리 소홀 및 방송 이행에 대한 능력 부족을 시인한 셈이다. 그런데도 제작진은 이들 커플의 남은 방송 분량을 버젓이 내보냈다. 출연자와 제작진 사이의 불화로 하차한 게 공공연한 비밀인데도 방송을 내보내다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해 말 폐지를 선언했다가 번복해 구설수에 오른 SBS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SBS 제공
지난해 말 폐지를 선언했다가 번복해 구설수에 오른 SBS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SBS 제공

이보다 더한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SBS는 24일 유재석 김종국 송지효 등 기존 멤버 6명이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을 지속하기로 했다며 폐지 발표를 뒤집었다. 지난해 제작진은 몇몇 출연자를 교체하고 시즌2를 계획했다. 김종국과 송지효가 빠지고 강호동이 합류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제작진이 일부 출연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고 보도가 먼저 돼 구설에 올랐다. 7년 장수 프로그램이 제작진과 출연자 사이 ‘불통’으로 명예가 실추됐다. 그러자 SBS는 ‘런닝맨’ 폐지를 선언했다. 한 달 전 일이다. 방송사가 프로그램 폐지를 선언했다가 번복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방송가에선 SBS가 유재석과 해외수출이라는 변수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렸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유재석은 이름만으로도 광고매출을 쥐락펴락 할 만한 방송계 거물이다. 시청률 3%인 KBS2 예능 ‘해피투게더 3’도 유재석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광고가 팔린다. SBS 입장에서 ‘런닝맨’ 폐지선언으로 유재석과 굳이 이별할 필요는 없다. 중국어권 국가와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이룬 ‘런닝맨’ 성과도 무시할 수 없다. 출연자 교체나 프로그램의 폐지 여부는 방송사의 권리다. 그러나 방송사가 권리를 남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가 떠 안는다. 요즘 방송, 시청자에 대한 기본 매너를 너무 상실했다.

kiss@hankookilbo.com

.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